김원웅 광복회장. 2020.8.16/뉴스1
광복절 기념사에서 ‘친일 청산’ 기조를 다시 꺼내든 김원웅 광복회장이 17일에도 “백선엽 장군은 사형감”, “애국가는 불가리아 민요를 베꼈다”고 주장해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그런 그가 정작 군사 독재시절부터 공화당, 민정당 등에 “담았던 자신의 과거 행적에 대해서는 “생계형”이라는 논리를 내세웠다.
김 회장은 이날 라디오에 출연해 “제가 (공화당 직원으로) 생계를 꾸리고 가정을 꾸렸다”며 “생계형이긴 하지만 원죄가 있어 더 친일 청산을 주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 공화당, 전두환 대통령 집권기에 민주정의당에 몸 담았다. 1990년 3당 합당으로 민주자유당 당원이 됐다가 ‘꼬마 민주당’으로 옮겼고 1997년 한나라당에 합류한 지 2년 만에 탈당해 열린우리당으로 건너갔다. 김 회장은 라디오 인터뷰 도중 과거 행적에 대한 문제 제기가 나오자 “솔직히 다 사실”이라며 “생계이긴 하지만 제가 (공화당 등에) 몸 담았다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백선엽 장군에 대해 “6·25전쟁 당시 백 장군이 이끌던 육군 제1사단이 안 나타나서 군인들이 한강을 넘어 도망쳤다”며 “그것만 가지고도 저는 사형감(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또 여권에서 제기된 친일파 파묘 주장에 대해 “민족 반역자를 국립묘지에 안장한 나라가 대한민국 한 나라밖에 없다”며 “가족들에게 이장할지 선택하게 하고 이장하지 않으면 묘지 앞에 친일행적비를 세우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회장은 “안익태의 친일 행적에서 명료한 것이 여러 개 드러나 있다”며 “국민에게 그 내용을 충분히 홍보를 안한 것 뿐”이라고 했다. 이어 ‘지금 애국가를 바꿔야 한다고 보는 것이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예”라고 답했다. 이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건국 대통령이라는 말을 붙이기에는 부끄러운 분”이라고 주장했다.
김 회장은 자신의 광복절 기념사를 비판한 미래통합당을 겨냥해 “오히려 통합당이 진짜 토착 왜구구나, 친일 정치인들이 많구나, 이렇게 스스로 커밍아웃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친일 청산) 프레임을 짠 게 아니라 (통합당) 자기들이 오히려 친일을 비호하는 걸 통해 토착 왜구 프레임에 스스로 그 함정에 들어간 것”이라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 당권 주자들은 김 회장을 두둔하고 나섰다. 이낙연 의원은 “개개의 발언 내용에 대해서는 논의의 여지가 있을 수 있지만, 광복회장으로서는 그런 정도의 문제의식은 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웬 호들갑인가”라고 말했다. 김부겸 전 의원은 “표현에서 국민 통합의 관점도 고려했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다”면서도 “광복절을 계기로 할 수 있는 말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통합당 김은혜 대변인은 “(공화당, 민정당 근무 등) 부역의 역사가 들통나자 ‘생계형’이라 어쩔 수 없었다고 하는데, 대한민국의 벅찬 광복의 역사를 이끌어야 할 자리에 ‘생계형’은 맞지 않다”고 꼬집었다. 통합당 송파병 당협위원장인 김근식 경남대 교수도 페이스북에 “애국가 작곡가를 민족 반역자로 매도하고 현충원 파묘를 주장한 김 회장이야말로 국민 통합 대신 국민 분열을 부추기고 친일과 반일 프레임으로 진영을 나누고 편을 가르는 분열의 선동자”라고 썼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