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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진-김범수 약진… 코로나, 주식부자 지도 바꾸다

입력 | 2020-08-18 03:00:00

[커버스토리]바이오-언택트 질주로 순위 격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언택트(비대면) 산업’과 바이오 관련 종목이 급부상하면서 국내 상장사 주식부자 순위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과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주식부자 상위 5위 이내로 약진한 반면 제조업 등 전통산업 주식부자들의 순위는 밀려났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의약품 수요가 급증하고 외출과 대면 활동을 자제하는 방향으로 생활 패턴이 바뀌면서 관련 산업이 증시에서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 바이오·언택트가 바꾼 주식부자 지형도

17일 금융정보서비스 인포맥스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14일 기준 서정진 회장이 보유한 주식 가치는 약 5조6000억 원으로 작년 말(2조9000억 원)에 비해 96.6% 증가했다. 서 회장의 주식 평가액 순위는 작년 말(2조9000억 원) 7위에서 현재 3위로 4계단 뛰어올랐다. 서 회장이 35.62%를 보유한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주가가 실적 개선과 바이오 열풍 흐름 속에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시가총액은 이 기간 7조6000억 원에서 15조8000억 원으로 불어났다.

4위는 6계단 상승한 김범수 의장이 차지했다. 김 의장의 주식 평가액은 약 4조5000억 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135.9%(2조6000억 원) 불어났다. 주식부자 상위 10명 중 증가율이 가장 두드러졌다. 이 기간 23위였던 카카오의 시가총액 순위는 9위까지 올라왔다.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일상생활의 대부분이 비대면으로 이뤄지면서, 카카오 플랫폼이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카카오, 네이버와 함께 주요 비대면 종목으로 꼽힌 게임업체 넷마블의 방준혁 이사회 의장도 주식 평가액이 3조 원(9위)으로 지난해보다 57.5%(1조1000억 원) 늘어났다. 외부 활동이 줄어들면서 게임 수요가 늘어날 것이란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주식부자 1, 2위는 여전히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자리를 지켰다.


○ 코로나 성적표에 울고 웃는 주식부자들

바이오·비대면 종목 대주주들에 비해 과거 상위권을 차지하던 전통산업의 대주주들은 상대적으로 부진했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은 주식 재산이 약 4조 원으로 21.2%(1조1000억 원) 감소했다. 순위도 3위에서 6위로 3계단 미끄러졌다. 올해 초만 해도 중국이 한한령(限韓令·한류제한령)을 해제할 것이란 기대감 속에 화장품 등의 수출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코로나19가 팬데믹(대유행)으로 번지면서 회사 실적이 직격탄을 맞았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SK바이오팜의 상장 ‘대박’에도 웃지 못했다. 주식 재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SK 주가의 부진으로 지분 가치가 3조 원대로 10.5% 감소했다. 순위는 3계단 내려간 8위를 차지했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4위→5위),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6위→7위),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8위→10위)도 각각 순위가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기존 시총 상위 종목들과 새롭게 떠오르는 기술주들의 순위 변동이 치열하게 이뤄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코로나19라는 초유의 상황이 기술 변화를 가속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민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백신, 언택트 수혜 업종을 중심으로 주가 변동이 커지고 있다”며 “앞으로 주도 업종을 중심으로 차별화 양상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김자현 zion37@donga.com·유근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