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교류 물꼬 막히며 대북정책 표류… 강경-온건 나뉜 민심, 정책 변화 희망 ‘이인영 통일부’ 극단으로 쏠려선 안 돼… 다수 만족시킬 정책 대안을 기대한다
김정 북한대학원대 교수
북한의 호응이 없는 대북정책에 한국의 민심은 녹록하지 않다. 북한이 개성 남북 공동연락사무소를 일방적으로 폭파한 직후의 한국리서치 여론조사에서는 대북정책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유권자의 비율이 61%에 달해 주거·부동산 정책(68%) 및 저출산·고령화 정책(66%)과 더불어 문재인 정부의 지지율을 끌어내리는 대표적 3대 정책 실패 분야로 자리매김했다. 2018년 6월 유권자의 62%가 대북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문재인 정부의 으뜸 정책으로 치켜세웠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불과 2년 만의 ‘민심 대반전(大反轉)’이라 부를 만하다.
문제는 실패라고 평결한 대북정책의 수정 방향과 관련하여 민심이 하나로 모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동일한 시점에 실시한 리얼미터 여론조사에 따르면 유권자의 41%는 축소한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재강화하는 등 강경책으로의 변경을 지지했고, 32%는 미국을 설득해 일부 대북제재를 완화하는 등 온건책으로의 수정을 소망했다. 이어 16%는 북한의 변화를 기다리며 인내하는 등 현행 대북정책의 유지를 선호했다. 문재인 정부의 현행 대북정책 기조에 만족하는 유권자의 비율이 2할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은, 뒤집어 보자면, 여하튼 대북정책 기조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민심 속의 광연(廣衍)한 교감을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대북 강경론과 온건론 혹은 봉쇄정책과 관여정책의 대치는 기실 한국 정당과 유권자의 당파 정렬을 규정하는 거의 유일한 정책 쟁점에 해당한다. 정책 차원에서 유권자들이 특정 정당을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이유를 발견하는 결정적 정치 균열이 바로 평양과의 협력에 무게를 둘 것인지 아니면 평양과의 대립에 무게를 둘 것인지를 둘러싼 쟁점이라는 말이다. 지역과 세대라는 비(非)정책적 정치 균열의 영향력을 통제한다면, 정당과 유권자의 일체성을 확인하는 정치 균열이 바로 대북정책과 관련한 정책 대결이다. 말을 바꾸자면, 현행 대북정책의 강경한 전환을 요구하는 유권자들과 온건한 전환을 기대하는 유권자들의 대치는 민주화 이후 한국 정치의 ‘정상’ 상태를 온전히 재현하는 양상인 것이다. 2018년 6월의 북-미 정상회담이 창출한 여론의 쏠림은 한국 정치의 ‘예외’ 상태를 일시적으로 반영하는 형상인 셈이다.
이인영 장관이 이끄는 통일부는 한국 정치의 예외 상태에서 정상 상태로의 이행기에 남북관계를 관리할 난망(難望)의 소임(所任)을 맡았다. 민심이 대북 강경론과 대북 온건론으로 팽팽히 맞설 때, 이인영호(號) 통일부가 반드시 비켜서야 할 정책 선택은 강경 혹은 온건 어느 쪽으로든 극단으로 선체의 방향타를 트는 것이다. 대북 강경책으로의 선회는 온건 유권자들의 반발을 불러오기 마련이고, 대북 온건책으로의 선회는 강경 유권자들의 저항을 불러오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유권자의 다수가 만족하지 않는 현행 대북정책이지만, 유권자의 다수를 만족시킬 대북정책 대안이 부재할 때, 통일부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김정 북한대학원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