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최재성 대통령정무수석(왼쪽) 등 신임 수석들이 소감을 밝히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병기 기자
“국민들의 의견도 가감 없이 행정부와 청와대에 전달될 수 있도록 하겠다.”(정만호 국민소통수석비서관)
13일 신임 수석들은 첫 공개 인사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들은 임기 마지막까지 문재인 대통령을 보좌할 3기 청와대 참모진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부동산 난맥상, 대통령 지지율 하락 등 위기 속에 출범하는 3기 청와대의 핵심 화두가 소통이 될 것이라는 게 신임 수석들의 메시지에 고스란히 녹아 있는 셈이다.
청와대 2기 실패의 두 번째 이유로는 참모들 간의 갈등이 꼽힌다. 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1기 청와대 때는 대통령이 ‘어떻게 이렇게 수석들이 사이가 좋으냐’라고 했을 정도였지만 지금은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했다. 실제로 2기 청와대 들어서는 갈등을 빚은 참모들의 일화가 심심치 않게 들린다. 내부 회의에서 모 실장이 계속 발언을 이어가자 한 수석이 “그런 얘기를 왜 여기서 하느냐”며 면박을 줘 언쟁을 벌였다거나, 수석들끼리 공개 석상에서 상대 수석에게 불만을 표시하며 언쟁을 벌였다는 식이다. 여권 관계자는 “조직에서 어느 정도의 긴장관계는 필요하지만 실장이나 수석 등 고위 참모들이 공개 석상에서 얼굴을 붉힐 정도가 되면 그 부담은 대통령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세 번째 이유는 대통령을 향한 고언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지난해 문 대통령이 주재한 간담회에 참석한 한 원로 인사는 “참석자들이 고민 끝에 쓴소리를 해도 동석했던 참모들이 대통령만 쳐다볼 뿐 누구도 입을 열지 않은 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한 참모는 “공식 통로에 있는 고위 참모들이 대통령 발언에 귀만 쫑긋 세우는 상황에서 반대 목소리를 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청와대 내에선 윤건영 전 국정상황실장 등이 여의도로 빠져나가면서 오랫동안 대통령을 보좌해온 참모들이 의견을 전달할 통로가 사라졌다는 얘기도 들린다.
부동산발(發) 지지율 위기 속에 출발하는 3기 청와대의 시작은 2기 때보다 어둡다. 현 정부 출범 후 최악의 지지율을 찍은 청와대와 여당에선 지난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 때를 거론하며 “결국 다시 지지율이 오를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조 전 장관의 사퇴로 다시 지지율을 끌어올렸던 당시와 온 국민의 생활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부동산 정책이 불러온 지금의 위기는 그 폭도 깊이도 전혀 다르다. 한 여권 핵심관계자는 “청와대도 여당도 다들 안이하게 보고 있는 것 같다”며 “이런 상태로는 누가 새로 청와대에 들어간다고 해도 돌파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새롭게 꾸려지는 3기 청와대가 새겨들어야 할 얘기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