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프로야구팬이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완전무장’한 채 경기를 관전하고 있다. 동아일보DB
황규인 스포츠부 기자
관중 입장 허용 후 아무 문제도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구도’(球都·야구 도시) 부산 팀 롯데는 안방구장인 사직구장에 처음 관중을 받는 과정에서 내야석 위주로만 티켓을 발매하는 바람에 ‘사회적 거리 두기’를 지키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그래도 프로야구장은 상대적으로 안전한 공간으로 꼽혔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무증상 기간 잠실구장에 다녀갔지만 확진자 본인은 물론이고 주변의 사람들도 방역지침을 철저하게 준수한 덕분에 밀접 접촉자 없이 사태 확산을 막을 수 있었다. 야구장을 찾은 팬들 사이에서는 ‘어떻게 문을 연 야구장인데 나 하나 잘못 때문에 다시 문을 닫게 할 수 없다’는 의지가 느껴지기도 했다. ‘직관’의 즐거움을 오래도록 지켜야 한다는 공감대가 널리 퍼졌다.
결국 야구장에도 불똥이 튀었다. 정부가 거리 두기 2단계로 격상한 서울 경기지역 야구장(잠실, 고척)은 16일부터 관중을 받을 수 없게 됐다. 부산에도 17일부터 같은 조치가 내려지면서 사직구장의 관람석 문도 닫혔다. 인천이 연고인 SK도 서울 경기와 가까운 지역이라는 이유로 무관중 방침을 발표했다. 끝이 보이지 않는 답답한 현실 속에서 그나마 어렵게 맞이한 야구 관람의 즐거움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물론 야구장만 안전하고 다른 곳은 불안하다는 뜻이 아니다. 누군가의 부주의하고 무책임한 행동 탓에 전혀 엉뚱한 사람이 피해를 입게 된다는 뜻이다. 아직은 우리 모두가 똑같은 마음으로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할 때다. 야구팬들이 다시 야구장을 찾을 수 없게 된 건 그저 억울한 피해의 한 사례일 뿐이다.
미국 연방대법관을 지낸 올리버 웬델 홈즈는 “당신이 주먹을 휘두를 자유는 상대방 코끝에서 끝난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우리에게 부여된 자유 역시 사회적 거리 두기 영역 바깥에서 멈춰야 하는지 모른다. 남에게 소중한 것을 지켜줘야 본인에게 소중한 것도 지킬 수 있다. 그래야 소중한 일상을 하루라도 빨리 되찾을 수 있다.
황규인 스포츠부 기자 k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