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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수능대신 과거 학업 성취도로 등급 산출… 성난 고교생들 “열공 노력 물거품” 집단시위

입력 | 2020-08-18 03:00:00

‘알고리즘 성적표’ 불태우며 반발, 교사-학부모들도 “불공정” 가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올해 한국의 수학능력시험 격인 ‘A레벨 시험’을 치르지 못한 영국 10대들이 16일 런던 웨스트민스터 거리에서 집단 시위를 벌였다. 교육 당국이 과거 시험 성적과 과제 제출 능력 등을 토대로 알고리즘을 활용해 등급을 매기자 “공정하지 못하다”는 반발이 확산됐다.

BBC 등에 따르면 최근 교육부가 이 알고리즘 성적을 공개하자 학생 교사 학부모 등 모든 이해관계자가 불만을 표했다. 전체 학생의 39%가 교사 예상치보다 낮은 점수를 받았을 정도로 알고리즘 성적의 하향 평준화가 두드러졌다는 점이 문제로 꼽힌다.

통계학자 데이브 톰슨이 2017∼2019년 3년간 실제 ‘A레벨 시험’과 올해 알고리즘 성적에서 최고 및 최저 등급을 받은 학생을 비교한 결과 올해 최고 등급 학생은 기존(2017∼2019년)보다 5.7% 감소했고 최저 등급 학생은 2.3% 늘었다. 특히 소수인종 및 공립학교 학생일수록 성적 하향 폭이 큰 것으로 드러나 인종차별 논란까지 일고 있다.

시위에 나선 일부 학생은 알고리즘이 산출한 자신의 A레벨 성적표를 불태웠다. 화형식에 참가한 18세 올리비아 스타일 양은 “지난 2년간 열심히 공부했는데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이유를 밝혔다. 동갑내기 테드 멜로 군 역시 “최고 등급을 원해서 시위에 나선 것이 아니라 공정한 점수를 위해 싸운다”고 가세했다. 영국에서는 보통 매년 5∼6월 A레벨 시험을 치른다. 자신이 선택한 과목에 대해 등급을 받아 이를 바탕으로 원하는 대학에 도전하는 방식이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