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조치 위반’ 고발당한 교회 2일 소모임 교인 확진 나왔지만 건물소독-문자메시지 발송에 그쳐 9일 예배 통해 급속전파 추정 전문가 “적극적 방역조치 나섰어야”
○ 첫 확진자 발생 11일 만에 교회 폐쇄
서울시와 성북구 등에 따르면 사랑제일교회 관련 확진자는 이달 2일 처음 나왔다. 서울 동대문구에 거주하는 A 씨는 지난달 27일부터 29일까지 3일간 사랑제일교회를 방문해 성경공부 소모임을 가졌던 것으로 파악됐다. 성북구는 2일 교회 내부를 소독하고 소모임에서 접촉한 교인 명단을 파악해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독려하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방역 조치는 여기까지였다. 서울시는 전파 위험성이 높다고 판단한 경우 교회 측에 집단 예배나 소모임을 금지시키는 집합금지 명령을 내릴 수 있지만 이 조치를 하지 않았다.
경기 성남 은혜의강교회, 부산 온천교회 등 교회 예배나 소모임 과정에서 상당수 확진자가 발생했던 전례를 볼 때 서울시가 최초 확진자 발생 후 11일간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은 것은 안이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랑제일교회는 서울시의 방역 관련 명령을 따르지 않았던 전력이 있다. 서울시는 3월 사랑제일교회가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집회금지 명령을 어기고 예배를 강행한 혐의(감염예방법 위반)로 집회 주도 목회자들을 경찰에 고발했다. 또 사랑제일교회 교인들 상당수가 전광훈 목사의 주도로 열리는 집회에 자주 참가하는 등 활동 반경이 넓어 외부 전파 가능성이 일반 교회에 비해 높다는 시각도 있다. 서울시가 이 같은 사정을 고려해 첫 확진자 발생 이후 사랑제일교회에 집합금지 명령 등 선제적인 방역 조치를 취했다면 지금 같은 무차별적인 전파를 어느 정도 막을 수도 있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 “특정 교회 문제로 보기보단 방역정책 보완해야”
A 씨가 확진 판정을 받은 8월 초는 방역의 고삐가 다소 느슨해진 시기였다. 정부는 7월 24일 코로나19 확산이 진정 기미를 보이자 교회 내 소모임 등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해제했다. 서울의 경우 클럽, 감성주점, 콜라텍 등 집합금지 대상 업소에 대해 ‘조건부 집합제한조치’로 전환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정부가 교회 내에서 방역수칙이 비교적 잘 준수되고 있다고 보고 교회를 고위험시설로 분류하지는 않았다”며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도 완화된 상태여서 확진자 1명이 발생한 것만으로 강제적인 조치를 하기는 어려웠다”고 밝혔다.
집합금지 또는 시설폐쇄 명령 등은 서울시가 감염병 확산 가능성 등을 판단해 재량껏 결정할 수 있지만 안이한 대응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외국에선 교회를 고위험시설로 분류하고 있고 국내에서도 교회를 통한 대규모 전염이 있었던 만큼 확진자가 나왔을 때 신속하고 철저히 대응해야 한다”며 “이번 사태를 특정 교회의 문제로 보기보다 방역 정책을 보완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지훈 easyhoon@donga.com·강승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