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대병원 희귀유전질환센터 의료진이 18일 신경섬유종증을 앓고 있는 환자 A 씨에게 최상의 진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다학제 진료 회의’를 하고 있다. 인하대병원 제공
A 씨가 앓고 있는 질환의 ‘기본 치료 원칙’은 증상을 일으키는 원인의 대증치료(증상을 완화하기 위해 실시하는 치료법)와 예방이다.
인하대병원은 A 씨의 몸 상태를 20년 가까이 정기적으로 추적 관찰해 대증 치료를 진행해 왔다. 외형적으로는 건강한 젊은이의 모습이지만 사실상 의학적 치료가 뒷받침되지 않았다면 정상 생활이 어려울 정도다. 그는 신경섬유종증의 대표 증상인 담갈색 반점이 종기 형태로 진행돼 여러 차례 피부과 수술을 받았다.
그가 남에게 털어놓기 힘든 어려움은 올해 초 인하대병원 ‘희귀유전질환센터’가 다학제 진료를 시작하면서 깔끔하게 해결됐다. 다학제 진료는 질환과 관련된 다양한 진료과 교수를 한자리에서 만나는 시스템이다. 진료과별 의견을 통합해 치료 계획을 세워 환자에게 전달한다. 인하대병원은 3월부터 A 씨의 첫 다학제 진료를 시작했다. 오랜 시간 그를 지켜본 담당 소아신경 교수를 비롯해 소아심장, 정형외과, 임상유전, 진단검사 분야 교수들이 다학제 진료에 참여했다.
소아신경분과는 피부와 말초신경계 쪽의 신경섬유종증 진행 과정과 증상을 설명했다. 또 고혈압 조기 발견을 위해 정기적인 혈압 측정이 필요하다는 점을 주지시켰다. 피부과는 반점이 다시 종기 형태로 진행될 때 제거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진단검사의학과는 유전자 검사를 통해 추후 자녀 계획을 위한 유전 상담을 진행하는 동시에 척추측만증과 하지 변형 등 골격계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을 냈는데 즉시 정형외과 전문의와 연결해 이상 증상이 보이지 않는다는 소견을 받았다. 이어 임상전문의는 환자의 건강 관리법과 나타날 수 있는 합병증을 설명하며 추적 관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A 씨는 “다학제 진료를 통해 그동안 저를 괴롭히고 있는 질환에 관해 평소 궁금했던 사항을 묻고 명확하게 알 수 있었다”며 “신경섬유종증으로 인해 생길 수 있는 다양한 합병증과 자각증상을 쉽게 알게 돼 체계적으로 건강관리를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기대했다.
희귀유전질환은 신체 특정 부위에만 질환을 일으키지 않고 다기관에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다학제적 접근이 중요하다. 지속적인 추적 관찰로 질환 관련 합병증을 조기 발견해 치료해야 환자의 삶을 지킬 수 있다. 환자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인하대병원 센터에서는 다학제 진료를 2020년 개설했다.
이지은 인하대병원 희귀유전질환센터장은 “다학제 진료를 통해 생애전환기와 생애주기 건강관리, 치료 방향 결정, 고위험군 수술 전 관리 등 포괄적인 치료를 시행하고 있다”며 “여러 분야 교수들과 센터 코디네이터, 환자 간의 유기적인 소통을 통해 환자 삶의 질도 크게 신경 쓰고 있다”고 말했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