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銀 ‘고용 취약성 평가’ 보고서… 일자리 35%가 ‘비필수-비재택 직종’ 美처럼 필수 산업만 영업 허용땐 청년층-여성 고용 충격 더 커질것
18일 오후 서울 중구의 한 음식점에서 만난 이모 씨(56·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2차 확산 걱정으로 하루하루가 ‘가시방석’이다. 손님이 줄어든 식당 사정이 빤하기 때문이다. 인건비를 줄여야 하는데도 2년간 함께 일한 직원이 눈에 밟혀 내치지 못하는 사장의 마음 씀씀이를 모를 리 없다. 이 씨는 “주변에서 카페 아르바이트생 1명을 구하는 데 100명이 지원서를 보냈다는 말도 들었다”며 한숨을 쉬었다.
코로나19 사태로 사회적 거리 두기가 3단계로 접어들고 필수 시설이 아닌 모든 다중이용시설의 운영이 제한되거나 중단되면 전체 취업자 3명 중 1명이 실직 위험에 노출된다는 분석이 나왔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을 저숙련 저소득 취약계층의 일자리 걱정도 커지고 있다.
○ 3단계 시행되면 일자리 950만 개 위협
이날 한국은행이 내놓은 ‘BOK 이슈노트: 코로나19에 대한 고용 취약성 측정 및 평가’에 따르면 정부의 봉쇄 조치로 작업 환경이 제약돼 일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비(非)필수이면서 비재택근무 직종의 일자리는 전체의 35%로 조사됐다. 코로나19로 국내에서도 미국처럼 필수 산업에 대해서만 출퇴근 및 영업을 허용하는 등 ‘봉쇄령’이 내려진다면 단기적으로 국내 전체 취업자(2711만 명) 가운데 949만 명이 단축 근무, 일시 휴직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뜻이다.
비필수 직종은 보건 의료 식품 등 필수 산업 이외의 일자리를 말한다. 비재택근무 직종은 매일 출근해야 하고 장비·기기의 영향이 커 재택근무가 어려운 일자리이다.
재택근무가 어려우면서 동시에 방문판매, 미용서비스처럼 대면 접촉이 많은 일자리도 전체 취업자의 46%(1247만 명)를 차지했다. 오삼일 한은 조사국 고용분석팀 과장은 “감염병에 취약한 이런 일자리들은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영향을 받는다. 코로나19 이전의 고용 수준을 회복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 코로나19 영향 집중된 비필수, 고대면 접촉 일자리
실제로 올 3∼6월 이들 직종에서의 일자리 감소가 두드러졌다. 이 기간 비필수, 고(高)대면 접촉 일자리의 취업자 수 감소 기여율은 각각 106%, 107% 수준으로 분석됐다. 이는 취업자가 100명 줄었을 때 비필수 직종에서 일하는 취업자 수는 106명이 줄어들고 필수 직종의 경우 6명이 늘어났다는 뜻이다. 취업자 수 감소 기여율은 비필수, 필수 일자리를 합쳐 100으로 놓고 산출한다. 즉, 다른 직종보다 충격이 더 컸다는 의미다.
고졸 이하, 15∼29세 청년층, 여성 등이 이같이 코로나19에 취약한 일자리에 종사할 가능성이 더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고졸 이하의 학력을 지닌 이들이 비필수, 비재택근무, 고대면 접촉 직종에 종사할 가능성은 대졸 이상 고학력자보다 7∼24%포인트 높게 추정됐다. 청년층은 30세 이상보다 이런 업종에서 일할 가능성이 4∼12%포인트 높았다. 보고서는 “코로나19로 인한 고용 재조정이 소득분배를 악화시키는 방향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코로나19의 1차 확산이 우리 사회에 미친 고용 불안, 경제 성장률 하락 등의 문제는 미국 등에 비해 크지 않았다”면서도 “2차 확산을 대비해 정부가 보조금 지급 등 고용안정책을 통해 재택근무가 어려운 직군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희창 ramblas@donga.com·김동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