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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권 전환 검증’ 올해는 물건너가 2022년 전환 목표 달성 힘들어졌다

입력 | 2020-08-19 03:00:00

美병력 코로나로 훈련참가 축소… 軍, 일부 FOC 검증 추진했지만
美 “전혀 포함돼있지 않다” 선그어… 내년 3단계 검증도 연기 불가피




18일 시작된 한미 연합훈련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규모가 대폭 축소되면서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을 위한 검증이 사실상 무산됐다. 코로나19 변수가 문재인 정부의 ‘조속한 전작권 전환’이라는 목표 달성에 직격탄을 날린 셈이 됐다.

○ 코로나19로 올해 전작권 전환 검증 물 건너가

군 당국에 따르면 이날부터 실시된 본훈련에서 전작권 전환의 2단계인 완전운용능력(FOC) 검증은 예행연습만 이뤄진다. 최병혁 한미연합사령부 부사령관이 전작권 전환 이후 한국군이 주도하는 미래연합사령관을 맡는 훈련 시나리오가 일부 진행되지만 검증 평가는 진행되지 않는다. 코로나19 상황으로 FOC 검증을 위한 미군 병력이 대거 훈련에 참가하지 못하면서 올해 검증이 물 건너간 것이다.

군은 11일부터 14일까지 사전연습 격인 위기관리참모훈련(CMST)에서 일부 FOC 검증을 진행했다고 밝혔지만 이는 평시를 가정한 훈련인 만큼 전작권과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많다. FOC 검증이 사실상 내년 상반기 연합훈련으로 밀린 셈인데 이에 따라 내년으로 예정된 전작권 전환의 마지막 3단계인 완전임무수행능력(FMC) 검증의 순차적 지연이 불가피하다.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으로 FOC 평가 인원 등 미군 병력 동원에 차질이 빚어졌는데도 훈련을 강행했다. 임기 내 전작권 전환을 위해 FOC 검증을 핵심만이라도 진행해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군 소식통은 전했다. 정부는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던 ‘임기 내 전환’을 취임 이후 ‘조기 전환’으로 조정했으나 비공식적으로는 2022년에 전작권을 넘겨받는다는 목표로 미국 측과 협의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정부 방침과 달리 미군은 이번 훈련의 미래연합사 전환 예행연습을 FOC 검증의 일부로도 보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소리(VOA) 방송도 12일 미 당국자를 인용해 “연합훈련에 FOC는 전혀 포함돼 있지 않다”고 보도했다. 훈련 방식에 대한 협의 과정에서도 미군은 올해 상반기 연합훈련이 코로나19로 무기한 연기된 점을 고려해 이번 훈련에서 미군 주도의 한미 연합 준비태세를 점검하자는 입장을 고수했다. 군 관계자는 “이번 FOC 검증을 두고 한미 간 ‘동상이몽’이 이어졌다”며 “내년 FOC 검증 수준과 방식을 두고도 이견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 북핵 상황이 전작권 전환 발목 잡을 수도

코로나19로 연기된 FOC 등 한국군의 미래연합사 운용 능력에 대한 평가와 별개로 북핵 상황 등이 실제 전작권 전환 여부에 변수가 될 것이라는 지적도 군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한미는 2014년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 원칙을 발표하면서 △연합방위 주도를 위한 군사 능력 △북한 핵·미사일 대응 능력 △한반도 안보 환경 등 조건이 해결돼야 전작권 전환을 할 수 있다는 데 합의했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은 “북-미 비핵화 협상이 중단되고 미중 갈등이 격화되는 현 상황이 지속된다면 안보 환경을 이유로 미군 측이 전작권 전환에 난색을 표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군에서는 무기체계 등 군사전력 분야를 고려해도 전작권 전환이 시기상조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특히 우리 군의 감시정찰 능력은 여전히 미군 전략자산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국산 정찰위성이나 장거리 요격미사일 등 군의 전력 사업 계획도 2023년 이후에나 실현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현 정부가 이런 조건들을 외면한 채 정치적으로 전작권 전환을 밀어붙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