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오른 美민주당 전대]화상전대 첫날 마지막 연사로 등장 “美, 4년만에 혼돈-분열-공감부족 잘못된 것 보면 말하고 행동해야” 300달러짜리 목걸이 직접 주문, SNS에서 인기 검색어로 등장 CNN 등 “트럼프 정확하게 저격” 폭스뉴스도 “트럼프 껍질 벗겼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부인 미셸 여사가 17일(현지 시간) 열린 야당 민주당의 화상 전당대회에서 ‘투표(VOTE·점선안)’라는 알파벳 펜던트가 달린 목걸이를 걸고 조 바이든 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위 사진). 같은 목걸이를 모델이 착용한 모습. AP 뉴시스·인터넷 쇼핑몰 nobleants 캡처
17일(현지 시간) 미국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우리가 바로 국민(We the People)’을 주제로 개막한 야당 민주당의 화상 전당대회에서 가장 많은 주목을 받은 사람은 대선후보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아닌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부인 미셸 여사(56)였다. ‘투표(VOTE)’란 글귀가 새겨진 금색 목걸이를 걸고 마지막 연사로 등장한 그는 “4년 만에 미국이 완전히 달라졌다. 우리가 보는 것은 혼돈, 분열, 완전한 공감 부족”이라며 “바이든 후보에게 투표하라”고 외쳤다.
미셸 여사는 4년 전 민주당 전당대회 때도 연사로 등장해 명언을 남겼다. 당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를 공격하자 그는 “저들이 저급하게 갈 때 우리는 고상하게 간다(When they go low, we go high)”고 말해 큰 화제를 모았다. 이날 이 표현을 다시 사용하면서 “바이든은 믿음에 의해 인도되는 품위 있는 사람”이라며 트럼프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부각시켰다.
CNN, MSNBC방송 등은 그의 연설에 대해 “가장 파워풀하고 인상적인 정치 연설 중 하나” “트럼프 대통령을 정확하게 저격한 역사적인 연설”이라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는 “왜 민주당이 우리의 마지막 희망인지를 보여줬다”고 분석했다. 친트럼프 성향의 폭스뉴스 진행자인 크리스 월리스도 “미셸이 트럼프의 껍질을 벗기고, 얇게 썰어버렸다”고 말했다.
미셸 여사의 목걸이는 흑인이 운영하는 로스앤젤레스의 귀금속 업체 바이샤리에서 주문 제작했다. 가격은 약 300달러(약 36만 원). 바이샤리 관계자는 “몇 주 전 미셸 여사의 스타일리스트에게 주문 전화를 받았지만 전당대회에 걸고 나올 줄 몰랐다”는 소감을 밝혔다. 소셜미디어에도 ‘미셸 오바마 목걸이(Michelle Obama necklace)’, ‘투표 목걸이(vote necklace)’ 같은 단어가 인기 검색어로 등장했다. 미셸 여사는 대통령 부인 시절에도 ‘옷으로 정치를 한다’는 평가를 들을 정도로 옷과 장신구를 적재적소에 사용했다.
이날 전당대회 진행은 히스패닉 여배우 에바 롱고리아가 맡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처 과정에서 대통령 비판에 앞장선 앤드루 쿠오모 뉴욕 주지사와 그레천 휘트머 미시간 주지사, 바이든 후보와 경선을 펼친 버니 샌더스 및 에이미 클로버샤 상원의원 등이 대통령을 향해 날 선 비판을 쏟아냈다.
샌더스 의원은 “이번 대선은 미국 현대사에서 가장 중요한 선거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되면 우리가 그동안 만들어온 모든 진전들이 위험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민주당의 단합을 호소했다. 4년 전 힐러리 클린턴 후보 측과 분열한 것이 대선 패배의 한 요인이 됐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것이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 임보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