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 연휴가 끝난 18일 부산 해운대시장이 한산하다.2020.08.18 © 뉴스1
“장마 끝나고 이제 손님이 좀 오나 했는데 이번에는 또 코로나가 말썽이네요.”
가장 긴 장마로 8월 초까지 연일 물폭탄이 쏟아지던 부산에 드디어 해가 떴다. 하지만 상인들은 여전히 울상이다. 특히 여름이면 수백만의 관광객이 찾아와 성황을 이루던 해운대 일대의 상인들은 한숨만 내쉬었다.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속출하면서 부산을 찾는 관광객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설상가상으로 부산내 지역감염 확산으로 부산시가 17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를 2단계로 격상하고 식당, 카페에 대한 방역지침을 강화했기 때문이다.
광복절 연휴가 끝난 18일 낮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은 여느 때보다 한산했다. 여행용 가방을 끌고 지나는 관광객들도 종종 보였지만, 몇몇 가게 직원들은 텅빈 가게에서 TV를 보거나 휴대폰을 만지며 소일하고 있었다.
해운대구 구남로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A씨는 “올해 장사는 포기했다”며 푸념을 늘어놓았다. 그는 “7월 말부터 지난주까지 계속 비가 내려서 해수욕장에 사람이 거의 없다시피 했다. 광복절 연휴를 시작으로 이제 손님을 좀 받나 했는데, 이번에는 코로나가 다시 확산돼 걱정이다”고 우울해했다.
무엇보다 부산시가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를 시행하면서 테이블 간 간격을 조정하는 등 후속조치에 돌입했는데, 안 그래도 손님이 없는 상황에서 테이블 수를 줄여야 해 걱정이 더 크다고 씁쓸해했다.
그는 “거리두기 차원에서 손님에게는 지그재그로 테이블을 안내할 계획”이라면서도 “가게에 테이블도 많지 않은데 거리두기를 하게 되면, 그만큼 손님을 받지 못한다”고 말했다.
다른 가게들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테이블 조정으로 인해 식당에는 빈곳이 더 많아 보였고, 줄어든 손님들의 발걸음을 확인하듯 식당마다 손님 2~3팀이 고작이었다.
해운대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B씨는 “코로나에 긴 장마까지 겹쳐 올해 매출은 작년의 반의반도 안 될 것 같다”며 “원래 여름에는 점심시간이면 정신이 없다. 홀 자리가 다 차야 정상인데 지금은 너무 한가하다“고 토로했다.
고위험시설인 노래방을 운영하는 C씨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부산시는 방역수칙을 어기는 고위험시설을 대상으로 즉시 집합금지명령을 내리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시행하는데, 자칫 한번 잘못 걸렸다가 가게 문을 닫게 될 최악의 상황을 염려하는 것이다.
그는 “당연히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고 손님을 상대로 명부작성을 하는 등 만전을 다하겠지만, 그래도 걱정스러운 건 사실”이라며 “안 그래도 노래방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뉴스 때문에 손님이 없는데, 잘못하다가 노래방 문을 닫게 될까봐 노심초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식당과 카페에서 마스크 착용기준이 모호하고 이를 강제하기도 힘든 부분이 있다는 의견을 제기한다.
해운대해수욕장 인근 카페 직원 D씨는 “보통 카페에서 손님들이 음료를 한꺼번에 마시지는 않지 않냐”며 “이야기를 나누다가 음료를 마시거나 디저트를 먹는데 그때마다 마스크를 착용해 달라고 말하기도 어렵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부산시의 미진한 지원정책에 대한 아쉬움도 크다. 시는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격상과 관련해 코로나19 동선 내 상호명이 공개돼 피해를 입은 업체를 대상으로 경영정상화 비용을 최대 300만원 지원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거리두기 격상에 따른 영업제한과 계속된 경기침체를 고려할 때 미진한 지원책이란 목소리가 나온다.
시는 지난 3월, 코로나19 사태 초기 매출 3억원 이하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18만6000명을 대상으로 현금 100만원을 지원한 바 있다. 이 외 금융지원, 지역화폐 ‘동백전’ 발행을 통한 소비 활성화, 소상공인의 온라인 비즈니스 지원 정책을 발표했으나, 모두 소상공인에게 직접적인 도움이 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편 시는 지난 17일 낮 12시부터 8월31일까지 2주간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를 적용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시는 헌팅포차, 노래방, 실내집단운동시설, 방문판매업체, 뷔페식당 등 고위험시설을 대상으로 마스크 착용, 출입자 명부 작성 등 방역수칙 점검을 강화한다.
(부산=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