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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 옆 사진관]매미는 왜 우는가?

입력 | 2020-08-19 12:24:00


서울 노원구 마들그린공원, 땅속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 매미 유충이 드디어 껍질을 벗고 날개를 펴기 시작합니다.

장마가 끝나고 말복이 지났지만 폭염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여름을 상징하는 곤충 매미도 자신의 존재를 알리며 밤낮으로 우렁차게 울고 있습니다. “맴 맴, 찌르르르.” 열대야로 잠 못 드는 여름밤을 더 힘들게 합니다.

서울 노원구 한 아파트 화단, 땅속에서 구멍을 파고 세상 밖으로 나온 매미 유층이 근처 화초에 몸을 단단히 고정하고 2~3시간의 산통의 과정을 거쳐 날개달린 성충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사실 매미의 울음소리는 우리에게 시끄럽게 들릴지 모르지만 수컷 매미가 암컷을 유혹하는 사랑의 노래입니다. 다른 수컷들과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최대한 힘껏 소리를 낼 수밖에 없겠죠.

서울 노원구 한 아파트 화단, 땅속에서 구멍을 파고 세상 밖으로 나온 매미 유층이 근처 화초에 몸을 단단히 고정하고 2~3시간의 산통의 과정을 거쳐 날개달린 성충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매미는 보통 6~7년을 살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날개를 단 매미의 모습으로는 겨우 한달 남짓 밖에 살지 못합니다. 매미는 번데기 단계 없이 알, 애벌레 2단계만 거쳐 성충이 됩니다. 짝짓기를 성공한 암컷이 나무껍질에 수백 개의 알을 낳습니다.

서울 노원구 한 공원에 ‘탈피(우화)’를 마친 매미가 요란한 울음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매미들의 울음소리가 가득한 서울 노원구 한 공원 은행나무에 탈피(우화)한 매미껍질이 여기저기 매달려 있습니다.

서울 노원구 마들그린공원, 땅속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 매미 유충이 드디어 껍질을 벗고 날개를 펴기 시작합니다.

수컷과 암컷은 슬프게도 새끼를 보지 못합니다. 수컷은 암컷과 짝짓기를 한 뒤 죽고, 암컷은 나무껍질 등에 알을 낳고 죽습니다. 알에서 깨어난 애벌레는 땅속으로 들어가 나무뿌리에서 나오는 수액을 빨아먹으며 4번이나 허물을 벗습니다. 완전한 매미가 되기 위해 땅 속에서 나와 마지막 허물을 벗고 날갯짓을 합니다. 이 순간을 위해 여름 내내 곳곳에서 들을 수 있는 그 우렁찬 울음소리는 ‘단 한 번의 기회’를 위한 처절한 절규일지도 모릅니다.


불볕더위 속
어디에선가

함성처럼 들려오는
매미 소리

저것은 생명의 찬가인가
피울음의 통곡인가

겨우 한 달 남짓한
짧은 생애일 뿐인데도

나 이렇게 찬란하게
지금 살아 있다고

온몸으로 토하는
뜨거운 소리에

늦잠에서 부스스 깨어난
나는 참 부끄럽다.

- 정연복 ‘매미 중에서 -

글·사진 박영대기자 sanna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