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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지마 폭행’ 서울역은 기각, 강남은 발부…무슨 차이?

입력 | 2020-08-19 14:46:00

법원 "혐의 소명…도망할 염려 있어" 구속
8일 새벽 강남구 노상 여성 7명 상해 혐의
"피해자 7명으로 다수 실형 가능성 있어"
"실형 가능성 크면 도주 우려 추단 가능"
"서울역, 정신병원 입원…도주 우려 없어"




서울 강남 시내에서 여성만 골라 폭력을 행사한 남성에 대해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앞서 ‘서울역 묻지마 폭행’ 혐의를 받는 남성에 대한 구속영장은 2차례나 기각된 바 있어 그 이유에 관심이 쏠린다.

19일 뉴시스와 통화한 법률 전문가들은 ‘도주 우려’가 서울역 사건과 강남 사건의 구속 여부를 가른 핵심 조건이라고 분석했다.

이은의 변호사(이은의 법률사무소)는 “서울역 사건의 경우 정신병원 폐쇄병동에 입원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것을 바탕으로 도주우려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변호사는 “강남 대로변 사건의 경우 피해자가 여러 명이기 때문에 실형을 선고받을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영장전담 판사가 도주 우려가 높다고 추단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수차례 모르는 여성을 때렸고, 폐쇄회로(CC)TV 등이 확보돼 중한 범죄에 대한 입증도 상당 부분 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형사소송법은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일정한 주거가 없을 경우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을 경우 ▲도망하거나 도주할 염려가 있을 경우 등에 해당할 경우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김재희 변호사(김재희 법률사무소)도 “서울역 사건의 경우 조현병에 의한 우발적 범죄라고 법원이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조현병에 의한 우발적 행동일 경우 재범의 우려가 적다고 법원이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강남 대로변 사건의 경우, 심야 시간에 7명에 달하는 피해자를 때린 것은 불특정 다수에게 저지른 무차별 범죄라고 보인다”며 “재범의 우려가 있다는 핀단이 가능하다”고 했다.

형사소송법에는 구속영장 심사에서 ▲범죄의 중대성 ▲재범의 위험성 ▲피해자 및 중요 참고인 등에 대한 위해우려가 고려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도 “여성혐오에 대한 범죄라는 점도 영장 발부에 참작됐을 것으로 보인다”며 “여성 7명을 골라서 때렸다는 것은 여성에 대한 혐오범죄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서울중앙지법 최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날 상해 권모씨의 상해 혐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 결과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최 부장판사는 “범죄혐의가 소명되고 사안의 중대성 등에 비춰 구속 사유(도망할 염려)도 인정된다”고 발부 사유를 밝혔다.
권씨는 지난 8일 오전 0시40분께부터 서울 강남구 논현역 부근 대로변에서 다수 여성을 폭행해 다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피해자 수는 총 7명인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서울역 묻지마 폭행 혐의를 받고 있는 이모(32)씨에 대한 구속영장은 2차례나 기각됐다.

서울중앙지법 김동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 6월5일 “위법한 긴급체포에 기반을 둔 구속영장 청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취지로 이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이어 같은달 15일 서울중앙지법 김태균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피의자는 사건 발생 후 가족들이 있는 지방으로 내려가 정신병원에 입원하여 치료를 받고 있고, 피의자와 그 가족들은 재범방지와 치료를 위해 충분한 기간 동안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다짐하고 있다”며 재청구된 영장을 기각했다.

김태균 부장판사는 “이번 범행은 이른바 여성 혐오에 기인한 무차별적 범죄라기보다 피의자가 평소 앓고 있던 조현병 등에 따른 우발적, 돌출적 행위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