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브룩클린 지역의 한 실내 볼링장에서 가족단위 이용객이 볼링을 즐기고 있다. 이곳은 이번주에 5개월 만에 개장했다.
18일 낮(현지시간) 미국 뉴욕시 브룩클린에 있는 한 실내 볼링장. 10여 개의 레인 중에 두세 개 레인에서 사람들이 모두 마스크를 쓴 채 볼링을 즐기고 있었다. 뉴욕시는 17일부터 업소의 강력한 방역 조치를 전제로 볼링장의 영업을 허가했다. 지난 3월 이후 5개월 만의 개장이었다.
자신의 이름을 ‘나탈리’라고 밝힌 한 이용객은 “아직도 뉴욕에서 감염자는 계속 나오고 있어서 당연히 방역 지침은 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오랫동안 볼링장 문 열기를 기다렸다가 남편, 자녀들과 함께 왔다”고 말했다. 이 업소 종업원은 “손세정제 사용과 마스크 착용을 전제로 조심스럽게 영업을 하고 있다”며 “손님 받을 수 있는 인원이 제한돼 있어서 예약을 해야 이용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최대 피해도시였던 뉴욕시의 상황이 오랫동안 안정화되면서 경제 재개를 위한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뉴욕시는 실내 볼링장의 영업을 조건부로 허가한 데 이어 다음주부터 실내 헬스장과 박물관, 미술관도 단계적으로 오픈시킬 계획이다. 특히 미국에서 볼링장은 단순히 볼링만 치는 곳이 아니라 음식도 팔고 게임도 즐기는 복합 레저공간의 개념이라 상징성이 크다. 사람들이 몇 시간 이상씩 오랫동안 실내에 머무는 것을 마침내 허용했다는 의미가 있다.
하루에도 아직 4만~5만 명의 확진자가 나오는 미국의 다른 지역들은 어느새 방역 모범도시로 탈바꿈한 뉴욕의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뉴욕시의 코로나19 검사 횟수 대비 확진율은 1%에 불과해 로스앤젤레스(7%), 휴스턴(15%), 플로리다의 마이애미 데이드(13%) 등 다른 미국 도시들에 비해 현저하게 낮다. 하루 확진자 수도 올 3, 4월 최대 6000명 이상 나왔지만 지금은 200~300명 수준으로 낮아졌다.
지난봄에 사망자가 쏟아지면서 충격을 받은 시민들 사이에 마스크 착용과 사회적 거리두기 등 방역 습관이 자리를 잡았다는 점, 쿠오모 주지사와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 등이 바이러스 재확산을 막기 위해 경제 재가동을 신중하게 추진한 점 등이 뉴욕의 안정화에 기여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올 가을 이후 뉴욕에 ‘2차 파도’가 오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견해가 여전히 많다. 날씨가 추워지고 학교가 등교 개학을 하면서 바이러스가 다시 퍼지기에 충분한 환경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이달 초 더블라지오 시장과 마찰 끝에 사임한 옥시리스 바봇 전 뉴욕시 보건국장은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뉴욕을 안정시킨 것은 마스크와 사회적 거리두기의 일반화였다”며 “불가피한 2차 파도를 대비하지 않고 있다면 그것은 멍청한 일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