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 3법 중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의 시행 첫 날인 31일 오후 서울 송파구 아파트 단지 내 부동산중개업소에 ‘매매 ·임대 상담’ 문구가 붙어 있다. 2020.7.31/뉴스1 © News1
전월세전환율이 낮아지면 현재 세입자의 월세 부담은 낮아질 수 있다. 현재 4% 전환율로는 3억 원 전셋집에서 살고 있는 세입자가 보증금 1억 원의 월세로 전환할 때 한 달에 약 67만 원을 내야 한다. 하지만 이를 2.5%로 낮추면 월세는 약 42만 원으로 낮아진다. 현재 전세대출 시중금리가 최저 2.26%라는 점을 감안하면 현금 1억 원에 전세대출 2억 원을 받아 전세를 살 때의 이자 부담(약 38만 원)과 거의 비슷한 수준의 월세를 내게 되는 것이다.
시행 이후 전환율보다 과한 월세를 내고 있는 것을 알게 된 이후 세입자는 다음달 월세에서 이를 차감해 지급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다. 집주인과 세입자 간 갈등이 심해져 분쟁 조정으로 갈 경우 전환율이 기준이 된다. 또 전환율은 전세를 월세로 바꿀 때만 적용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전환율 하향 조정이 전세로 월세가 전환되고, 신규 세입자 계약 시 임대료가 급증하는 부작용을 해소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센터 부장은 “지금도 계약 갱신 시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려면 집주인은 기존 세입자와 협의해야 해 과도하게 월세를 높이기 어렵다”며 “전환율 하향 조정은 시장에 심리적인 영향을 주는 정도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신규 계약은 현재 규제의 대상 자체가 되지 않아 신규 세입자의 부담은 여전하다”며 “전환율 준수를 강제한다면 주거의 질이 떨어지고 임대 매물 자체가 줄어드는 부작용만 생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당초 전월세전환율 하향 조정과 함께 강제 규정 도입을 검토했던 여당은 속도 조절에 나서는 분위기다. 강제 규정 도입은 입법 사항인 만큼 국회를 거쳐야 하는데, ‘부동산 3법’ 폭주 등으로 인한 여론이 악화된 상황에서 당장 시도하지는 않겠다는 의미다.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전환율을 낮추는 것은 시행령 개정으로 가능하지만, 지키지 않을 때 처벌하는 강제 규정은 법을 손봐야 한다”며 “향후 시장 상황 등을 봐 가며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정부는 전세 통계 집계 방식을 수정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5% 상한선을 지켜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으로 재계약을 한 경우에는 확정일자를 받지 않는 경우가 많아 통계에 포함되지 않게 되고 이 때문에 실제보다 전세가격 상승률이 높게 보일 수 있다는 논리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조금이라도 계약조건이 변경될 경우 다시 계약서를 쓰고 확정일자를 받는 것이 일반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부동산 전문가는 “신고제를 내년 6월이 아니라 조금이라도 더 빨리 시행해 집주인과 세입자들이 시장 상황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날 8·4공급대책과 관련해 태릉골프장 등 대규모 신규 택지 사업과 관련해 올해 안에 광역교통대책을 수립해 내년 1분기(1~3월) 중 대도시광역교통위원회 심의를 통해 확정할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또 한국주택도시공사(LH) 용산특별본부 내에 ‘공공정비사업 통합지원센터’를 설치해 공공재건축 관련 무료 사전 컨설팅을 제공하기로 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