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명가량 오는데 200여 명분 식비를 내라니 어떡해야 하나요.”
서울 강남구에 있는 한 예식장에서 29일 결혼식을 앞둔 최모 씨(33)는 답답한 마음에 눈물이 글썽거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4월에 잡았던 예식을 8월로 미룬 최 씨는 18일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격상되며 또 다시 난관을 맞았다. 어쩔 수 없이 하객 규모를 50명 미만으로 줄여도 되는지 문의했더니, 예식장 측은 “정해졌던 250명분의 식비 가운데 10%만 줄여주겠다”는 답이 돌아왔다.
정부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화하며 예비부부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방역 지침에 따라 실내 집합 인원을 50명 아래로 제한해야 하지만, 예식장은 통상 200~300명의 식비를 미리 계약하기 때문이다. 만약 예식장에서 이를 줄여주지 않으면 오지도 않는 하객의 식비까지 다 부담해야 한다.
방역당국이 결혼과 관련해 내놓은 지침에 대해서도 아쉽다는 반응이 나온다. 중앙사고수습본부 관계자는 18일 “분할된 공간에서 방송으로 결혼식을 보는 것은 괜찮다”는 지침을 제시했다. 23일 결혼을 앞둔 예비신부 C 씨는 “예식장에서 ‘식장과 로비, 식당 등에 50명씩 수용해 예식을 치를 수 있으니 200명분의 식비는 환불해줄 수 없다’고 답했다”며 “공간마다 50명이 넘지 않도록 통제할 수 있다는 주장도 믿기 어렵거니와, 해당 지침이 오히려 예식장의 환불 불가에 근거를 만들어줬다”고 지적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와 관련해 예비부부가 위약금을 물지 않도록 조치에 나섰다. 19일 위약금 없이도 결혼식과 모임날짜를 미룰 수 있게 해달라고 한국예식업중앙회에 요청했다. 하지만 실제로 요청을 받아들일지는 업체의 사정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 관계자는 “50인이 안 되면 결혼식 등을 할 수 있는 데다, 법적인 요구가 아닌 협조를 구한 것이라 수용 여부는 알 수 없다”고 했다. 예식업중앙회는 앞서 3월에는 공정위의 요청에 따라 고객이 결혼식 연기를 원할 경우 위약금 없이 석 달 동안 결혼식을 미뤄줄 수 있다는 방침을 밝혔다.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세종=남건우 기자 w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