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제츠(楊潔篪) 중국 공산당 중앙외사공작위원회 판공실 주임이 21일부터 이틀간 부산을 방문해 서훈 대통령국가안보실장과 만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추세에도 양국 간 고위급 대면 외교가 그대로 진행되는 만큼 한중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연내 방한에 강력한 의지를 갖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 강민석 대변인은 19일 “서 실장은 양 주임과 22일 오전 회담에 이어 오찬 협의를 통해 한중 코로나19 대응 협력, 고위급 교류 등 양자관계, 한반도 및 국제 정세 등 상호 관심사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회담은 서 실장의 초청으로 이뤄졌다. 공산당 외교 담당 정치국 위언인 양 주임의 방한은 2018년 7월 비공개 부산 방문 이후 2년 1개월 만이다. 올해 코로나19 사태 이후 중국 고위급이 처음 한국을 찾는 것이기도 하다.
이번 회담에선 시 주석의 방한 문제가 주요 의제가 될 전망이다. 또 11월로 예상되는 한국 개최 한중일 정상회의 문제와 코로나 완화에 따른 한중 고위급 교류 방한 확대 방안도 논의한다.
이에 따라 양 주임은 인프라 구축을 통해 중국과 주변국을 연결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 프로젝트에 한국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을 독려하는 한편,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정식 배치 및 탄도미사일 사거리 제한 확대 가능성 등에 우려를 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양갑용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양 주임은) 미국의 중국 포위에 한국이 부응할 것을 염려하고 있을 것”이라며 “중국 입장을 설명할 때 우리 나름의 원론적 입장을 잘 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 주임이 “시 주석이 방한헤 삼성 반도체 공장을 시찰하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제의를 해올 가능성도 거론된다. 미국이 자국 기술을 사용한 반도체 등을 중국에 판매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규제하고 나선 가운데 중국이 삼성에 ‘협력을 계속하자’는 메시지를 전달하면 한국 또다시 미중 사이에서 선택의 기로에 설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여권에서는 한국의 코로나19 재유행 우려가 커지면서 시 주석의 방한이 또 미뤄지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외교 당국자는 “정상회담을 연내에 개최하자는 양국 간 공감대의 대전제는 ‘코로나 방역 상황 여건’인데 코로나 상황을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양 주임이 서울이 아닌 부산을 찾는 것에 대해 외교 소식통은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지 않는 이상 서울보다 중국 총영사관이 있는 부산이 서 실장과 회담을 진행하기에 심리적으로 편하다고 중국이 판단한 듯하다”고 말했다. 서 실장과 카운터파트인 양 주임이 처음 만나는 ‘상견례’ 성격도 있는 만큼 이목이 쏠리는 서울이 아닌 부산을 장소로 택했다는 것이다.
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