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조기폐막·취소·축소, 코로나 재확산…시름 깊어지는 공연계

입력 | 2020-08-19 19:05:00


하반기 반등을 기대했던 공연계의 시름이 오히려 깊어지고 있다. 수도권 교회 발 코로나19 재확산 여파로 공연이 잇따라 조기 폐막되거나 취소되고 있기 때문이다.

19일 공연계에 따르면, 공공극장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모차르트!’는 코로나19 재확산 여파로 폐막일을 앞당겼다.

공연제작사 EMK뮤지컬컴퍼니는 이날 소셜 미디어에 “19일과 20일 공연을 마지막으로 뮤지컬 ‘모차르트!’ 연장공연이 종료됨을 알려드린다”고 공지했다. ‘모차르트!’는 지난 6월 코로나 여파로 개막일을 5일 미뤘다. 대신 이달 9일까지 예정됐던 공연을 23일까지로 연장했었다.

하지만 정부의 수도권 거리두기 강화 조치에 따라 서울시가 정부·지자체·교육청·소속기관·산하기관이 운영하는 실내 국공립시설의 운영을 중단하기로 결정, ‘모차르트!’도 영향을 받게 됐다.

세종문화회관 내에서 공연 중이거나 공연을 앞둔 다른 공연들도 악영향을 받고 있다. S씨어터에서 공연 중이던 ‘머더 발라드’는 오는 31일까지 공연을 잠정 중단한다.

또 코로나19로 인해 생활고를 겪는 배우, 스태프를 돕기 위해 뮤지컬 대표 프로듀서 8인과 세종문화회관이 이달 말 대극장에서 함께 추진했던 뮤지컬 갈라콘서트 ‘쇼머스트고온!’은 잠정 연기됐다.

특히 정부가 이날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완전한 2단계 조치를 시행함에 따라 다른 국공립극장과 국립 예술단체들의 공연 조기폐막과 취소도 속출하고 있다.

애초 명동예술극장에서 오는 23일까지 공연 예정이던 연극 ‘화전가’는 지난 17일 공연을 끝으로 폐막했다.

정동극장은 이날 오전 11시 예정했던 ‘양준모의 오페라 데이트’ 공연을 취소했다. 전날 ‘2020 정동극장 청년국악인큐베이팅 - 청춘만발’ 릴레이 공연의 첫 시작일이었는데, ‘사부작당’ 공연팀의 첫 공연이 대면공연의 처음이자 마지막이 됐다.

정동극장은 “오늘부터 진행 예정된 남은 7개팀의 공연은 공연 영상 촬영후 9월 중 2주간 정동극장 공식 유튜브 채널과 네이버TV 정동극장 채널을 통해 온라인 중계하기로 결정했다”면서 “‘청춘만발’은 청년 국악예술인들의 ‘첫 무대’를 지원하는 사업이어서 대면 공연 취소가 더욱 안타깝게 느껴진다”고 아쉬워했다.

오는 21~23일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공연 예정이던 국립발레단 ‘허난설헌-수월경화’도 취소됐다.

규모는 작지만 대학로 연극은 확진자가 나와 비상이 걸렸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KBS 2TV 월화 드라마 ‘그놈이 그놈이다’의 단역 배우 서성종이 출연하는 연극이 취소됐다.

극단 산은 이날 공식 소셜미디어와 티켓 예매처에 이날 오후 여행자 극장에서 개막 예정이던 입체낭독공연 ‘짬뽕 & 소’의 출연진 중 1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공연을 취소한다고 공지했다. 해당 출연진이 서성종이다.

‘그놈이 그놈이다’에 단역으로 출연 중인 그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이후 이 드라마 촬영도 전면 중단됐다. 같은 공간에 있었던 PD와 스태프 모두 자가 격리하고 검사를 받았다. 극단 산 단원들도 코로나19 검사를 대기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클래식계도 앞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와 혼란에 직면했다.

최근 사랑제일교회 관련 확진자 학생을 교습하는 과정에서 단원 중 한 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서울시향은 단원 전원에게 격리 조치를 지시, 코로나 19 진단 검사를 진행했다.

이와 함께 서울시향은 오는 20일과 21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예정했던 ‘오스모 벤스케의 베토벤 교향곡 1번’과 27일 같은 장소에서 예정했던 ‘오스모 벤스케의 멘델스존 교향곡 이탈리아’ 공연을 취소했다.

코로나19 재확산은 확진자 여부와 별개로 클래식계 전체에 악영향을 주고 있기도 하다.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는 이날 예정됐던 공연 ‘넥스트 스테이지’를 내달 하순으로 연기했다.

롯데콘서트홀에서 펼쳐지고 있는 클래식 음악 축제 ‘클래식 레볼루션’은 규모를 축소한다. 코로나19 지역 확산을 막는데 동참하고자 지역 교향악단의 공연을 모두 취소했다.

지난 17일 부산시립교향악단이 개막 공연에 불참한 데 이어 이날 연주가 예정됐던 KBS교향악단, 25일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 26일 대전시립교향악단, 29일 인천시립교향악단, 30일 서울시향의 무대가 무산됐다. 실내악 위주로 공연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이와 별개로 사회 전반적으로 코로나19가 확산세를 보이면서 간접 영향을 받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

뮤지컬 ‘썸씽로튼’ 이날 오후 3시에 공연에 출연할 예정이던 배우 노윤은 지난 13일 만난 지인의 근무지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나와 예방 차원에서 이 회차에 출연하지 않았다.

‘썸씽로튼’ 제작사 엠씨어터는 “노윤 배우는 코로나검사 대상자에 포함되지 않았으나 예방 차원에서 자발적으로 코로나 검사를 받았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12일 오후 8시공연 이후 충무아트센터를 방문하거나, 본 작품 관계자와 접촉한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번 주를 코로나19 확산의 고비로 판단하고 있는 정부는 이번에 민간 공연계의 고삐도 죄고 나섰다. 그동안 국공립 극장에만 적용하던 좌석 거리두기를 민간 공연장에도 의무 적용하라고 지난 16일 문화체육관광부가 공문을 보냈기 때문이다.

좌석 거리두기를 시행하면 민간 공연장은 총 좌석의 40%안팎 밖에 팔 수 없다. 정부의 지원을 받는 국공립공연장과 달리 수익이 전혀 나지 않아 공연을 사실상 할 수가 없게 된다.

민간 공연장에서 뮤지컬을 공연 중인 민간 제작사 관계자는 “이미 고사 직전인 상황인데 거리두기까지 시행하라는 것은 공연계의 현실을 몰라도 너무 모르고 하는 소리”라고 토로했다.

지난 3월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월드투어에 출연하는 외국인 앙상블 2명이 공연장 외부 요인으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것을 제외하고 공연계는 코로나19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 않았다.

이후 ‘오페라의 유령’이 안전하게 공연하면서 공연장은 ‘K-방역’의 상징 중 하나였다. 하지만 이번 교회발 수도권 코로나19가 사회 전반적으로 확산세를 보이면서 위기에 처했다.

이달 초 예술경영지원센터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에 따르면 7월 공연계 매출은 171억여 원을 기록했다. 지난 6월 105억원가량에 비해 65%가량 오른 숫자다.

취소 사태가 잇따르면 8월 공연계 매출은 7월 공연 매출에 밑돌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공연예술통합전산망에 따르면 18일까지 이달 공연계 매출은 136억원을 기록 중이다.

공연계 관계자는 “코로나19 관련 방역 지침을 준수하면서 문을 겨우 열고 한숨 좀 돌릴까 했는데, 예상치 못한 변수로 인해 당혹스럽다”면서 “‘위드 코로나’ 시대를 대비하고 있지만 종잡을 수 없는 확산세는 우리가 감당하기에는 버겁다”고 토로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