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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고기 케이크… 할랄 라면… ‘한국에 없는 K푸드’ 해외서 통했다

입력 | 2020-08-20 03:00:00

식품업체 현지 특화 제품 늘어
베트남 아침 대용식 오리온 ‘쎄봉’, 1년새 6700만개 판매 ‘국민 음식’
신세계푸드 출시 ‘대박라면’, 말레이서 2년간 1000만개 팔려




베트남 호찌민시의 한 슈퍼마켓에서 오리온의 ‘쎄봉’을 살펴보는 현지 소비자의 모습. 오리온 제공

국내 식품기업이 ‘한국에는 없는 K푸드’로 해외 식품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신라면, 초코파이 등 국내 스테디셀러를 해외로 가져다 파는 데 그치지 않고 현지인의 입맛에 특화된 제품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현지 특화 제품을 만들려면 연구소, 생산설비를 따로 갖춰야 하기 때문에 많은 비용이 들지만, 제한된 국내 시장에서 벗어나 글로벌 식품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신성장 동력으로 삼고 도전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오리온이 지난해 5월 베트남에서 아침 대용식 수요를 노리고 출시한 케이크 제과 ‘쎄봉’이 대표적인 사례다. ‘좋다’라는 뜻의 프랑스어에서 이름을 딴 쎄봉은 베트남에서도 없었던 제품 장르를 오리온이 새롭게 개척한 케이스다. 현지인의 입맛과 라이프스타일을 철저히 분석한 끝에 출시된 쎄봉은 ‘베트남의 삼각김밥’으로 불리며 짧은 기간에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지난해 5월 제품 출시 이후 올 8월까지 6700만 개가 판매되는 등 ‘대박’이 났다. 베트남 국민 3명 중 2명이 쎄봉을 먹어본 셈이다. 특히 올해 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면서 매출이 크게 올랐다. 식당이 문을 닫아 집에서 끼니를 해결해야 하는 일이 늘어나면서 쎄봉을 찾는 소비자가 늘어난 것으로 회사는 보고 있다.

오리온은 2018년 초 베트남 식품시장에서 초코파이와 같은 파이류의 성장이 주춤하기 시작한 것을 계기로 쎄봉을 기획했다. 쎄봉은 카스텔라 케이크 사이에 실처럼 찢은 말린 닭고기가 들어간 제품이다. ‘초코파이’ ‘몽쉘’ 등 케이크 제과는 단맛이 나는 디저트 제품이 대부분인데, 오리온은 식사대용으로 먹을 수 있게끔 고기가 함유된 짭짤한 제품을 내놨다. 현지 법인 직원들은 베트남과 입맛이 비슷한 중국, 대만 곳곳을 다니며 아이디어를 얻었다. 그러다 베트남과 중국 모두 빵 위에 실처럼 찢은 말린 고기를 얹어 먹는다는 데에 착안했다. 식감을 더 살리기 위해 빵 위가 아닌 빵 안에 닭고기를 넣은 제품을 고안했다.

베트남은 산업화시대의 한국처럼 젊은 인구의 비율이 높고 도시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맞벌이 부부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또 아침을 거르지 않고 꼭 챙겨먹으면서도 집안에서 먹지 않고 밖에서 음식을 사서 먹는 식문화가 자리 잡혀 있다. 오리온은 이런 점에 착안해 젊은이들이 간편하고 건강하게 먹을 수 있는 아침 대용식을 테마로 제품을 출시했다.

쎄봉의 판매액에 힘입어 오리온 베트남법인은 올해 상반기(1∼6월)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정종연 오리온 베트남법인 마케팅팀장은 “최근 쎄봉 시리즈의 신제품으로 찹쌀로 만든 머핀을 출시했다”며 “제품을 더 다양화해 쎄봉을 삼각김밥과 같은 ‘아침 대용식’의 대명사로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비슷한 방식으로 해외 시장을 노리는 다른 기업도 있다. 지난달 신세계푸드는 말레이시아에서 출시한 할랄푸드인 ‘대박라면’(사진)이 출시 2년 만에 1000만 개가 팔렸다고 밝혔다. 양념치킨, 김치찌개, 고스트 페퍼(고추) 대박라면은 현지인의 60%가 무슬림이라는 점에 착안해 개발됐다. 현지 브랜드 제품에 비해 가격이 2∼3배 비싸지만 온라인에서 입소문이 나면서 젊은층을 중심으로 빠르게 판매액이 늘고 있다.

풀무원은 미국에서 국내에 없는 두부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서양인이 싫어하는 콩 비린내를 없애고 소스를 넣어 구운 시즈닝 두부, 고기 대신 햄버거에 넣어 먹는 패티 두부 등이 대표적이다.

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