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18일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와 만난 자리에서 “한미 워킹그룹이 남북관계를 제약하는 기제로 작동한다”며 워킹그룹의 재조정을 주장했다. 나아가 “워킹그룹에서 논의할 것과 우리 스스로 할 것을 구분해 추진해야 한다”며 독자적 남북 협력을 추진할 뜻도 밝혔다. 하지만 해리스 대사는 “워킹그룹은 효율적 메커니즘”이라고 반박했다.
이 장관이 미국대사와 공개 석상에서 신경전을 벌인 것은 다분히 북한을 의식한 행동일 것이다. 북한이 6월 대남 대적(對敵) 공세를 시작하면서 문제 삼은 두 가지가 탈북민단체의 대북전단 살포와 한미가 대북정책을 조율하는 워킹그룹이었다. 김여정은 워킹그룹을 “친미사대의 올가미”라고 비난했다. 정부가 대북전단에 이어 워킹그룹도 손보려 한다는 점을 북한에 보여주면서 관계 개선에 나서 달라는 메시지를 전하고자 한 것이다.
그러나 워킹그룹이 남북관계를 제약한다는 이 장관의 생각은 당장 우리 외교부와도 다르다. 해리스 대사가 “외교부 장관, 주미대사,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도 말했듯이…”라며 그 효율성을 강조한 것도 정부 내 조율부터 거치라고 에둘러 면박을 준 것이나 다름없다. 특히 대북제재는 미국만이 아닌 유엔과 국제사회의 조치인 만큼 한미 워킹그룹 논의는 한국의 국제 제재 위반을 방지하는 안전판 역할도 톡톡히 한다.
한미 간 갈등 속에 이뤄진 남북관계 진전이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는 지난 수십 년 실패의 역사에서 확인할 수 있다. 더욱이 북한은 북-미 돌파구가 없는 남북 협력에 관심이 없다. 워킹그룹은 번거롭고 성가실 수 있다. 그럼에도 두루 살피는 안전 주행이 위험한 과속보다 목적지에 더 빨리 가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