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통합당이 20일 국민통합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향후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당선권 비례대표 후보 25%를 호남지역 인사로 배정키로 했다. 전날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광주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아 ‘무릎 사과’를 한 데 이어 통합당이 ‘호남 다가서기’에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5·18 유공자 수당 지급방안 검토”
정운천 미래통합당 국민통합특별위원장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현안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 위원장은 “어제 김종인 위원장이 광주를 방문해 사과, 5.18정신을 국민통합의 정신으로 승화시키겠다“고 밝혔다. 2020.8.20/뉴스1 © News1
이미 부산 사상이 지역구인 장제원 의원이 5·18민주화운동의 상징인 광주를, 경북 김천의 송언석 의원이 ‘김천~전주 철도 연결사업’을 추진 중인 전북 전주를 맡는 등 10여명이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 사무처에서는 호남에 당 연수원을 설립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통합당은 더불어민주당이 당론으로 추진하고 있는 5·18 특별법 논의에도 참여하겠다는 입장이다. 통합당 관계자는 “법안 내용 중 허위사실 유포에 대한 과잉 처벌 논란이 있는 만큼 필요하면 대안입법을 만들어서 병합심사를 하겠다”고 했다. 통합당은 국회 입법과 별도로 당 차원에서도 5·18을 비하하는 당원에 대해서는 중징계하겠다는 방침이다. 부산시당위원장인 하태경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5·18을 비하하고 모욕하는 (부산시당) 당원은 무조건 제명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김종인 “역사 매듭풀기 시작에 불과”
김 위원장은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역사의 매듭을 풀고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시작에 불과하다”며 “부족하지만 과거를 인정하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일 때 얽히고설킨 실타래를 서서히 풀어나갈 수 있다”고 자세를 낮췄다. 김 위원장은 오후에도 “통합당이 이야기하는 것은 그럴 듯한데 과연 그걸 신뢰할 수 있겠냐‘, ’믿음이 안 간다‘ 등의 이야기가 있다”며 “우리가 배신의 역사를 가져서 그런 소리를 할 수밖에 없다”고 실천을 강조했다.
민주당 일각에서도 호평이 나왔다.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한 김부겸 전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서 “그래도 역사의 진전”이라며 “과거 정치인들이 못했던 부분을 김 위원장이 했고,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홍익표 의원도 라디오에서 “진정성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저런 모습이 통합당의 변화를 가져오는데도 긍정적”이라고 했다. 호남 중진인 이개호 의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동서 화합의 좋은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며 “진정성 있게 추진돼 통합의 긍정적인 시그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민주당 관계자는 “김 위원장의 사과에 대한 호남권 반응이 나쁘지 않은 상황에서 무조건 깎아 내리는 게 도움이 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했다.
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