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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이질 않는 법무법인의 '폰트 사냥', 문제는 저작권법?

입력 | 2020-08-20 20:01:00


구글 혹은 네이버 블로그에 ‘윤고딕’을 검색하면 사이즈별 윤고딕 폰트를 다운로드할 수 있다. 이용자는 해당 폰트를 다운로드해 컴퓨터에 설치하고, 문서 작업이나 영상 편집 등에 널리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윤고딕(윤서체)은 윤디자인그룹에서 저작권을 갖는 저작물로, 윤디자인그룹의 사용 허가가 필요한 유료 폰트다. 어떠한 경로로 구했건 간에 사적인 이용은 계약 후에 사용해야 법적인 문제가 없다. 문제는 대다수 컴퓨터 사용자는 이런 폰트의 유료 사용에 관한 내용을 잘 숙지하지 않고 폰트를 사용한다.

네이버나 개인 홈페이지를 통해 무차별적으로 배포되고 있는 불법 폰트. 출처=IT동아

만약 네이버 블로그나 개인에게 공유받은 폰트를 설치하고 사용하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개인적 사용이라고 해도 법적으로는 문제가 될 수 있다. 단지 타인이 사용했음을 알 방법이 없기 때문에 넘어갈 뿐이다. 만약 이렇게 만든 결과물을 웹사이트에 게재하거나, 포스터나 유튜브 영상 등의 형태로 배포하게 된다면 이야기가 다르다. 유료폰트를 별도 계약없이 사용하는 것 자체가 불법인데, 이를 공공연하게 사용했음을 인정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폰트 저작권을 보유한 기업을 대리하는 법무법인이 폰트 저작권과 관련한 내용 증명을 보낼 가능성이 있다.

내용 증명은 저작권법 제136조 1항에 따라 저작재산권, 그 밖에 이 법에 따라 보호되는 재산적 권리를 복제, 공연, 공중송신, 전시, 배포, 대여, 2차저작저작물 방법으로 침해했고, 저작권법 125조에 의해 고의 또는 과실로 권리를 침해한 자에 대하여 손해의 배상을 청구하고, 그 이익의 액을 저작재산권자등의 손해액으로 추정한다는 내용이다. 그러면서 폰트 사용에 대한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면, 저작권 신규 등록을 통해 취하하겠다는 내용으로 마무리한다. 좀 더 직설적으로 말하면 폰트 이용료 명목으로 합의금을 요구하는 것이다.

손해배상 및 형사고소? 정확히 짚고 넘어가자.

국내 저작권법은 폰트 글자체가 아닌, 폰트 파일 자체의 이용에 불법 유무를 따진다. 출처=한국저작권위원회

우리나라 법원 판례상 글자체는 저작권법에 의한 저작물에 해당하지 않는다. 하지만 글자체를 화면에 출력하기 위해 사용하는 폰트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보호받는다. 즉, 글자의 형태가 아닌 이를 사용하기 위한 폰트 파일이 쟁점이다. 실제로 폰트 자체를 캡쳐해 문서 작성 프로그램에 붙여넣은 행동은 복제나 개작으로 인정받지 않아 저작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 하지만 대다수는 상대가 ‘법무법인’이라는 점에 위압을 느껴 전후 사정을 확인하지 않고 고가의 폰트를 구매하곤 한다. 법무법인과 저작권자 모두 이 점을 노린다.

일단 법무법인이 내용 증명을 요구했다는 의미는 이미 법적인 조치에 필요한 자료를 수입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그렇지만 내용증명 자체는 법적인 효력이 없기 때문에 의무적으로 답변할 필요는 없다. 따라서 법무법인이 지적한 내용에 대한 사실 유무를 확인하고, 한국저작권위원회의 저작권 상담센터를 통해 대처하자. 답변은 접수일로부터 주말, 공휴일을 제외하고 7일 이내 답변받을 수 있다.

폰트를 상업 용도로 사용한다면, 저작권을 대단히 까다롭게 확인해야 한다. 출처=게티이미지뱅크

문제는 예외 상황이다. 처음에 무료 폰트라고 해 사용했는데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유료로 전환되면서 부득이하게 저작권 침해처럼 된 사례. 혹은 특정 워드 프로그램을 구매해 설치된 폰트를 다른 프로그램에서 사용하거나, 외주 제작업체가 사용했는데 원청 기업에 내용증명이 오는 등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저작권위원회가 발행한 ‘글꼴(폰트) 파일 저작권 바로 알기(2019)’을 살펴보면 자세한 사례를 확인할 수 있다. 일단 법률상 책임이 발생하지 않는 대표적인 사례는 외주 제작사가 사용한 폰트에 대한 원청의 책임 유무다. 특정 콘텐츠 제작 시 외주가 독립적 지위로 제작한 경우라면 결과물인 이미지만 사용한 것이 되므로 글꼴 파일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 또한 글꼴 파일을 다른 프로그램에서 사용하는 행동도 큰 문제는 없다. 법원에서는 글꼴을 다른 프로그램에서 사용할 수 없도록 조치하지 않은 것은 폰트 사용을 묵시적으로 허락한 것으로 보아 저작권 침해가 아니라고 판단한 바 있다.

특정 폰트를 상업적으로 이용한다면, 관련 저작권 안내를 캡쳐해두는 것이 좋다. 출처=IT동아

무료 폰트라고 하여 사용했는데, 추후 유료로 바뀌었다며 저작권 침해라고 오는 사례는 형법상 ‘법률의 착오’에 해당한다. 법률의 착오란, 자기의 행위가 법령에 의하여 죄가 되지 아니하는 것으로 오인한 경우, 혹은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벌하지 않는 경우다. 실제 폰트 사용과 관련해 판례가 나오진 않았지만, 사용 당시 무료로 상업적 이용까지 가능한 것을 증명할 수 있고, 또한 허가를 받은 본인이 저작권 위반임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면 문제가 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향후 문제가 될 가능성을 차단하길 원한다면 몇 가지 원칙을 두고 관련 자료를 캡쳐하자. 일단 온라인 상에서의 캡쳐는 조작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그 자체만으로 법적인 효력을 가지진 않는다. 따라서 문제가 될 요소를 최대한 줄이면 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이 웹페이지 전체를 캡쳐하는 것이다. 또한 캡쳐 내에 URL과 게시글 작성 날짜, 이용에 허가가 기재된 내용, 그리고 저작권 안내를 확인한 시점을 증명할 시간(시계)까지 포함하자.

폰트 사용, 저작권법 아닌 디자인 보호법이 더 적합해

무료폰트가 필요할 시, 한국저작권위원회 공유마당에서 폰트를 다운로드할 수 있다. 단 폰트마다 이용 규약과 저작권이 다르며, 유료로 사용할 수 없거나 2차 배포가 금지인 폰트도 있으니 규정을 확인하고 다운로드하자. 출처=한국저작권위원회

현행법은 폰트의 글자체 형태가 아닌, 폰트 프로그램 자체에 대한 저작권을 인정하고 있다. 따라서 적법하지 않은 경로로 폰트 파일을 다운로드해 이용하는 것은 어떠한 경우에도 불법이다. 문제는 블로그나 개인 경로를 통해 버젓이 유료 폰트를 배포하는 행위는 몇 년 째 방치하고 있고, 이를 다운로드받은 저작권법을 잘 모르는 이들에 대한 표적 배상이 끊이질 않는다는 점이다. 조기에 폰트를 불법으로 배포한 사용자만 잡더라도 법무법인의 무차별적 합의금 사냥은 충분히 막을 수 있다. 지금 상황이라면 불법 배포자를 이용해 내용 증명을 고의로 발송하는 사례도 얼마든지 등장할 수 있다.

따라서 입법부 차원에서 폰트 프로그램에 대한 저작권 개념을 글자체에 대한 디자인 보호법을 적용하려는 움직임이 필요하다. 디자인 보호법을 적용하면 현행법상 합법인 글자체 형태를 도용하는 사례까지 막을 수 있고, 아울러 권리침해에 대한 금지청구권을 통해 권리를 침해할 우려가 있는 배포자까지 차단할 수 있다. 물론 폰트 이용자로서는 어떤 경우에도 허가 없는 폰트 이용을 자제하고, 무료 폰트라 할 지라도 향후 문제가 되지 않도록 이용 권한을 잘 숙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동아닷컴 IT전문 남시현 기자 (shn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