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삼바 0.1주 매입”… 개미들 국내 고가주식도 사기 쉬워진다

입력 | 2020-08-21 03:00:00

‘소수점 거래’ 이르면 내년 하반기 도입
개인투자자 0.1주 등 쪼개서 사면 증권사가 나머지 0.9주 모아 투자
한국판 ‘로빈후드’ 플랫폼 등장할듯… 핀테크 기업도 소수점 투자 가능




이르면 내년 하반기(7∼12월)부터 주당 수백만 원짜리 고가 주식을 소액으로 쪼개 투자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미국의 주식 중개 플랫폼 ‘로빈후드’처럼 자본이 부족한 개인투자자들이 1주 미만의 ‘소수점 단위’로 주식 투자할 수 있는 플랫폼도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20일 금융위원회가 내놓은 ‘금융규제 개선안’에 따르면 앞으로 국내에서도 개인투자자들이 주식을 1주 단위가 아니라 0.1주 등의 단위로 쪼개 살 수 있는 ‘소수점 투자’가 허용된다. 현재 해외 주식의 경우 이 같은 소수점 투자를 제공하는 증권사 서비스가 있지만 국내 증시 상장 주식은 예외였다.

예를 들어 지금은 주당 80만 원 상당인 삼성바이오로직스 주식을 1주 단위로 거래해야 해 개인이 투자하기에 부담스럽지만 소수점 투자가 허용되면 8만 원을 투자해 0.1주(지분 10%)를 매입하고 나머지 0.9주는 다른 개인투자자 등을 통해 채워 1주를 매입할 수 있게 된다. 증권사는 개인투자자들로부터 받은 매수 주문을 모아 1주 단위로 주식을 사면서 부족한 투자금액을 직접 조달할 수 있다.

핀테크 기업을 통해서도 이 같은 소수점 투자가 가능해진다. 개인투자자가 핀테크 기업에 주식 대금을 투자하면 나머지 금액을 해당 기업이 채운 뒤 증권사에 주문 요청을 넣는 식이다.

전문가들은 소수점 투자가 허용되면 ‘한국판 로빈후드’ 플랫폼이 등장하고 개인투자자들이 우량주에 투자할 수 있는 길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한다. ‘로빈후더’라고 불리는 미국의 소액 개인투자자들은 소수점 투자가 가능한 로빈후드 플랫폼을 통해 고가의 테슬라, 아마존 주식을 쪼개서 매입하면서 증시의 큰손으로 떠올랐다. 최근 나스닥 증시 급등의 배경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소수점 투자가 허용되면 개인들의 고가 주식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지고 투기 성격이 짙은 ‘동전주’에 대한 수요가 줄어드는 순기능이 기대된다”고 했다.

금융당국은 다음 달부터 금융투자회사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 과정이 끝나면 곧바로 관련 법령 개정에 착수해 이르면 내년 하반기부터 개인의 소수점 투자를 허용할 방침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주식에 대한 과세 기준이 1주 단위로 돼 있어 시행령 이외에 법 개정 등 과제가 많다”고 말했다.

이날 금융위가 내놓은 개선안에는 금융소비자가 네이버 등 온라인쇼핑 플랫폼을 통해 보험 쿠폰을 구매할 수 있도록 규제를 개선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소비자들은 이르면 내년부터 네이버 등에서 보험 가입을 할 때 쓸 수 있는 보험 쿠폰을 직접 구매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선물할 수 있다.

이용자들의 편의를 위해 금융회사와 플랫폼 사업자의 경계도 허물어진다. 금융위 관계자는 “내년부터 은행, 보험사 등 금융회사도 그동안 플랫폼 기반 업무로 분류됐던 알뜰폰 사업이나 렌털 중개, 헬스케어 등에 진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동혁 hack@donga.com·김자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