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중 파리 특파원
모니터를 보던 기자 뒤에서 아이가 한 말이다. 열흘 앞으로 다가온 새 학년을 맞아 자녀가 다니는 학교 교장에게서 이메일이 왔다. 정부 방침에 따라 개학 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안전 프로토콜’을 시행한다는 내용이었다. 지켜야 할 사항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프랑스는 9월 1일 새 학년이 시작된다.
‘등교 시 손가방 금지, 모든 짐은 등에 메기, 다른 학급 혼합 금지, 1m 내 접근 주의, 공동 식사 금지, 마스크 의무 착용….’
독일 스페인 영국도 2차 확산으로 이런 ‘개학 혼란’이 커지고 있다. 준비 없이 대면 수업 재개 시 1차 확산의 최대 2.3배에 달하는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 연구는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새로운 선생님, 새 친구들을 만나 설레는 마음으로 소중한 관계를 만들어가야 할 시기에 각종 통제만 받게 된 아이들이 불쌍하다는 학부모들이 적지 않다. 이를 반영하듯 유럽에서는 ‘잃어버린 세대(Lost Generation)’란 표현이 자주 등장한다. 1883∼1900년에 태어나 제1차 세계대전으로 피해를 입은 세대를 지칭한 표현이었지만 이제 코로나19 사태로 ‘많은 것을 잃는’ 또 다른 세대가 등장할 수 있다는 취지로 쓰인다.
유네스코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로 188개국 16억 명의 학생이 부실한 교육 환경에 놓였다. 학교가 하루 문을 닫을 때마다 학업 기대치에 도달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0.57%씩 증가한다고 BBC는 보도했다. 두 달만 학교에 안 다녀도 이미 달성한 학업 성취의 25%가 증발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당장의 학업 손실뿐 아니라 성인이 된 후의 인지력, 사고력에도 악영향을 준다. 학교생활에서 친구들과의 관계 형성과 교감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면 정서적으로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화상 수업도 한계가 명확하다. 기자가 만난 10여 명의 프랑스 학생은 “화상 수업은 평소 학습의 30%에 불과하다”고 하소연했다. 이마저 인터넷이 없는 저소득층 아이들에게는 ‘딴 나라’ 얘기다.
현재로서는 방역에 충실하면서 무탈하게 수업이 진행되길 기원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인지 아이와 함께 독서 목록, 홈스쿨링 등 학교 밖에서 지식을 습득하는 방법에 대해 터놓고 대화를 나눴다는 프랑스 학부모들이 주변에 많다. 지금 아이들이 ‘잃어버린 세대’로 불리지 않게 하기 위해 이런 작은 실천이 절실한 시기다.
김윤종 파리 특파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