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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전광훈 목사, 음모론 접고 신도들 설득해 방역 협조하라

입력 | 2020-08-22 00:00:00


코로나19 일일 신규 환자가 어제 300명대로 폭증했다. 100명대에 진입한 게 불과 일주일 전인 14일이었다. 제주를 제외한 전국 16개 시도에서 환자가 발생해 어제 하루 양성 판정을 받은 환자가 324명이다. 중증 환자용 병상이 25%만 남아 있어 환자 폭증세가 이어지면 방역과 의료 역량으로 감당하기 힘든 대충격이 올 수 있다.

이 와중에 방역수칙을 어겨가며 부흥회를 가진 뒤 대규모 집단 감염이 발생한 서울 사랑제일교회의 전광훈 담임목사가 연일 음모론을 제기하고 있어 유감이다. 17일 확진돼 입원 중인 그는 20일 발표한 입장문에서 “정부가 사랑제일교회와 광화문 집회 참여 단체를 상대로 검사를 강요해 확진자 수를 확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어제도 성명서와 기자회견 입장문을 잇달아 내고 ‘바이러스 테러 음모론’을 주장했다.

12일 첫 환자가 나온 뒤 어제까지 확인된 이 교회 관련 확진자는 732명으로 지난 9일간 전체 신규 환자(2010명)의 36.4%를 차지한다. 방역당국은 지난달 27∼29일 전 목사와 전국에서 몰려든 수천 명이 붙어 앉아 부흥회를 가진 여파가 크다고 보고 있다. 첫 환자도 이 부흥회에 참석했으며 교인과 방문자들을 연결고리로 12개 시도의 교회, 콜센터, 요양병원 등 19곳에서 연쇄 감염이 번지고 있다. 5명이 검사를 받으면 1명 넘게 양성 판정을 받을 정도로 확진율이 높아 신속히 접촉자들을 찾아내 검사하고 격리하지 않으면 전국 곳곳에서 ‘깜깜이’ 집단 감염을 일으키는 것은 시간문제다.

전 목사와 교회의 역학조사 비협조는 감염병예방법 위반의 소지가 있을 뿐만 아니라 공동체가 재난의 위기를 맞을 때 희생의 앞자리에 서온 기독교 정신에도 어긋난다. 전 목사는 허황된 음모론을 내세울 것이 아니라 신도들을 설득해 방역당국의 자료 제출 요구에 성실히 협조해야 한다.

이번 확산 위기는 정부가 2차 대유행을 예고하고도 내수 진작을 위해 17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고 외식 공연 여행 할인 쿠폰까지 발행해 전국적인 이동량을 늘려놓는 등 자초한 책임도 크다. 수도권 환자 폭증이 모조리 사랑제일교회와 광화문 집회 때문인 것처럼 몰아붙이는 바람에 관계자들을 더욱 숨어들게 하고 있다. 교회와 집회 참가자들이 안심하고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유도해 확산의 불길을 잡는 데 행정력을 집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