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어둠의 계절을 이겨내자” 美민주당 대선후보 수락연설 “동맹과 함께”… 北-中 강경책 시사 “지금 대통령은 미국 보호 실패” 트럼프 한번도 언급않고 실정 지적 트럼프는 바이든 고향서 재뿌리기 “47년간 말뿐, 아무것도 안했다”
윌밍턴=AP 뉴시스
“지금의 대통령은 우리를, 미국을 보호하는 데 실패했다. 나의 미국인 동지들이여, 이것은 용서가 안 되는 일이다.”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 마지막 날인 20일(현지 시간) 델라웨어주 윌밍턴 컨벤션센터. 청중 없이 무대에 홀로 선 조 바이든 대선후보는 평소의 온건한 이미지와 달리 단호했고 매서웠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으로 인해 초래된 “미국의 암흑기라는 장(chapter)을 끝내는 일이 오늘밤 여기서 시작됐다고 역사가 말하게 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20일(현지 시간)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왼쪽)이 델라웨어주 윌밍턴 컨벤션센터에서 후보 수락연설을 마친 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후보와 맞잡은 손을 들어올리고 있다. 바이든 후보는 이날 연설에서 “함께 힘을 모아 이 어둠의 계절을 이겨내자”며 지지를 호소했다. 윌밍턴=AP 뉴시스
위기 상황의 미국을 ‘암흑기’로 규정한 그는 이에 맞설 ‘빛’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트럼프와 자신을 대비시켰다. 흑인 시민운동가인 엘라 베이커의 “사람들에게 빛을 주라, 그러면 그들이 길을 찾아낼 것이다”란 말도 인용했다. 그는 ‘나라의 영혼을 위한 전투’로 규정하면서 “민주당 후보이지만 미국 전체의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통합을 강조했다.
이날 바이든 후보는 1972년 연방 상원의원으로 당선된 이래 전당대회에만 12번 참석한 끝에 주인공으로 직접 무대에 서게 됐다. ‘바이든이 이날 연설을 얼마나 준비해 왔냐’는 뉴욕타임스의 질문에 바이든의 측근인 테리 매컬리프는 “한평생”이라고 답했다. 연설을 마친 바이든 후보가 부인 질 바이든 여사 및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후보 부부와 함께 컨벤션센터 밖에 깜짝 등장하자 짧은 불꽃놀이가 진행됐고 지지자들은 성조기를 흔들고 경적을 울려대며 환호했다.
이에 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바이든 후보의 고향인 펜실베이니아주를 방문해 유세를 진행하며 대놓고 ‘재 뿌리기’에 나섰다. 특히 민주당 전당대회가 시작된 오후 9시에는 폭스뉴스와 ‘맞불 인터뷰’를 했고, 트윗으로 바이든의 연설을 폄훼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바이든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등 ‘매우 날카로운’ 외국 지도자를 상대하는 데 문제가 있다”고 비난했다. 바이든의 연설 중에는 자신의 트위터에 “조(바이든)는 47년간 그가 지금 말하고 있는 것들을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는 말뿐이며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깎아내렸다. 공화당은 24일부터 나흘간 전당대회를 열고 트럼프 대통령을 공식 후보로 선출한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 조유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