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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박지원, 北위임통치 가공… 국내정치 의구심” 거센 비판

입력 | 2020-08-22 03:00:00

통합당 “권한분산 이미 알려진 내용… 與지지율 하락-집값폭등 덮으려해”
與 일각서도 ‘부적절한 보고’ 지적
해외전문가 “김여정, 강등 가능성… 권한 이양보다 책임 분산” 분석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에게 국정 전반의 권력 일부를 이양해 위임 통치를 하고 있다는 국가정보원의 국회 보고에 대해 야권과 미국의 전문가들은 의구심을 제기했다. 여당에서도 국정원의 보고가 부적절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미래통합당 김기현 의원은 21일 페이스북에 “세습 독재인 북한체제 특성상 위임 통치는 있을 수 없는 일이고 이뤄진 적도 없는 얼토당토않은 이야기”라며 “겨우 통치 스트레스 때문에 권력을 위임했다는 박지원 국정원장의 ‘썰’을 곧이곧대로 믿으라는 말이냐”고 지적했다. 이어 “국회 정보위원회는 국정원의 독점적 대북 정보 권한을 국내 정치용으로 활용하는 곳이 아니다”며 “친일 프레임도 모자라 ‘아니면 말고’식 북한 이슈로 부동산 폭등, 세금 지옥, 도덕성 타락으로 인한 지지도 폭락을 회피하려는 것이라는 강한 의구심이 든다”고 했다.

북한 연구자인 통합당 서울 송파병 당협위원장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박 원장을 겨냥해 “국정원장의 정치적인 언론 플레이”라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김정은이 김여정을 포함해 당·정·군에 권한을 일부 분산하고 있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내용”이라며 “김정은 체제의 특징이 바로 당 국가 시스템의 정상화와 권한 분산”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북한이 한 번도 쓴 적 없는 위임 통치라는 용어를 국정원이 자의적으로 만들었다”며 “정치적 의도로 북한 정보를 임의로 가공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박 원장이 아직도 정치의 때를 벗지 못하거나 언론의 관심에 집착하는 ‘관종병’ 때문일 것”이라고 꼬집었다.

익명을 요구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국정원이 문서까지 가져와 ‘위임 통치’로 보고했지만 이는 잘못했다”며 “김 위원장이 건강에 이상이 있어 권한을 넘긴 것처럼 받아들여졌다”고 지적했다. 정보위 위원들에 따르면 국정원은 “내용을 가공한 적도, 언론 플레이 의도도 없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해외 전문가들도 국정원의 보고에 의문을 나타냈다. 스콧 스나이더 미 외교협회 한미정책국장은 20일(현지 시간) 미국의소리(VOA) 방송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권력을 나눠줬다기보다는 책임을 분산시킨 것이다. 그만큼 북한이 직면한 문제들이 많다는 뜻”이라며 “김 위원장의 통치 활동은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제니 타운 스팀슨센터 연구원은 “김 위원장이 측근에게 권한을 주고 실패할 경우 책임을 지우는 것은 이미 상당 기간 보여준 통치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켄 고스 미 해군분석센터(CNA) 국장은 “측근들에게 실무 현안을 감독할 재량을 부여함으로써 북한식 특성이 가미된 21세기형 통치체제를 확립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 분석관 출신인 수 킴 랜드연구소 연구원은 자유아시아방송(RFA)에서 “북한과 관련한 정보를 확인하는 데 한계가 있고 향후 행보에 대해 혼동을 주려는 목적으로 일부러 정보를 조작하기도 한다”고 평가했다.

일부 해외 언론들은 김여정이 최근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점을 들어 오히려 지위가 강등된 것이 아니냐고 추정하기도 했다.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NK뉴스는 이날 “김여정이 13일 노동당 정치국회의에 이어 19일 전원회의에도 참석하지 않았다”며 “김여정의 부재는 (한국 국정원이 보고한) 권한 확대 소식과 일치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최우열 dnsp@donga.com·신아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