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이후 北보도서 사라져 “배후서 국정 총괄해 진행” 관측속 “대남대미 메시지 숨고르기” 분석 “원수님 험한 진창길 걸으시게 해” 당 간부들 자아비판 충성 경쟁
“경제 실패는 우리탓” 자아비판 평양화력발전연합기업소 노동자들이 북한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을 읽고 있다. 노동신문은 21일 당 주요 간부들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경제 실패 인정이 자신들의 잘못 때문이라고 쓴 ‘반성문’들을 대거 게재했다. 노동신문 뉴스1
북한 매체들은 이달 13일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회의와 19일 당 중앙위원회 6차 전원회의에 김여정이 참석했는지 밝히지 않았다. 국정원은 20일 국회 정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김여정이 국정 전반에서 위임 통치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여정은 지난달 27일 정전협정 체결 67주년을 맞아 김 위원장이 군 주요 간부들에게 백두산 권총을 준 자리를 마지막으로 북한 보도에 나타나지 않고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백두혈통인 김여정이 반드시 회의 전면에 나서야 하는 것은 아니다”며 “보이지 않는 위치에서 행사를 주관하고 감독하는 역할을 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 대북 소식통은 “김여정이 대남·대미 전략을 총괄하면서 북-미 비핵화 협상과 남북관계의 불안정성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경험이 부족한 32세 김여정이 6월 개성연락사무소 폭파처럼 거칠고 충동적인 대남정책을 이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북-미 대화 교착과 남북관계 경색 과정에서 김여정이 대남·대미 업무를 장악하면서 대남 부서인 통일전선부와 대미 외교 실무를 해온 외무성의 역할이 위축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노동당 주요 간부들은 김 위원장이 6차 전원회의에서 이례적으로 경제정책의 실패를 자인한 지 하루 만에 실패 책임을 자신에게 돌리며 자아비판에 나섰다. 21일 북한 노동신문 1면에는 경제정책 실패에 대한 ‘반성문’이 대거 게재됐다. 집중호우로 막대한 피해를 입은 황해북도의 박창호 도당 위원장은 “(김 위원장의 전원회의 연설을 듣고) 마음속 가책을 금할 수 없었다”며 “한 개 도를 책임진 일군(간부)으로서 일을 쓰게(잘하지) 하지 못해 우리 원수님께서 큰물(홍수)로 고생하는 인민들에 대한 걱정으로 그처럼 험한 진창길을 걸으시게 했다”고 반성했다.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