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퇴직연금 ‘쥐꼬리 수익률’
윤 씨처럼 퇴직연금 수익률 1%대 시대에 노후자산을 조금이라도 더 불리려는 600여만 퇴직연금 가입자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지금보다 더 적극적이고 체계적으로 퇴직연금을 관리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 동갑내기 58세 3명 퇴직금, 1억 원 차이
21일 본보가 한국투자증권에 의뢰해 1989년 초봉 1200만 원의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은퇴를 앞둔 58세 동갑내기 직장인 3명의 퇴직연금 수익을 시뮬레이션한 결과 확정급여형(DB)으로 유지한 A 씨는 퇴직 직전 3개월 평균 급여에 근속 연수를 곱한 1억3175만 원을 받는다. 그가 54세에 퇴직했다면 퇴직금은 1억7570만 원으로 더 많다. 임금피크제 적용으로 연봉이 깎이면서 퇴직금도 함께 줄었다.
C 씨는 임금피크제가 적용된 55세에 DC형으로 전환하고 이후 연평균 2%의 수익률을 냈다. C 씨의 퇴직금은 2억1025만 원이 됐다. B 씨가 3%대 수익률을 냈을 때보다 1062만 원 많고 4.5% 수익률을 냈을 때보다는 2541만 원이 적다. 송인근 한국투자증권 연금운영전략부장은 “퇴직연금을 어떻게 운용하느냐에 따라 동갑내기 직장인의 퇴직금이 최대 1억 원 차이가 났다”고 했다.
○ 수수료 물며 은행에서 잠자는 퇴직연금
문제는 국내 퇴직연금의 상당수가 A 씨처럼 DB형에 묶여 있거나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난해 말 기준 퇴직연금 전체 자산의 89.6%는 은행 예·적금, 보험 등 원리금 보장형 상품에 들어가 있다. 퇴직연금 전체 규모의 62.4%를 차지하는 DB형의 대부분(94.6%)이 원리금 보장 상품에 가입돼 있고, DC형이더라도 가입자들의 무관심으로 예·적금 등에 방치돼 있는 경우가 많아서다. 그런데 저금리 속에서 은행 예금 이자가 0%대로 떨어진 상태다. 올해 6월 말 현재 국내 퇴직연금 수익률이 평균 1.75%에 그친 결정적인 원인으로 꼽힌다.
퇴직연금을 운용할 때 시장 환경에 기민하게 대응하기 어려운 것도 문제로 꼽힌다. E 씨는 최근 주가가 오르자 채권형 펀드에서 주식형 펀드로 갈아타려다가 포기했다. E 씨는 “중도 환매가 안 되는 펀드도 있고 일부는 환매까지 6개월 이상 걸린다”고 했다.
은행 증권사 등 퇴직연금 운용사들이 운용 성과에 둔감한 것도 쥐꼬리 수익률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수익률 등의 성과에 상관없이 수수료를 받다 보니 수익률을 높이려는 노력보다 적립금을 많이 유치하는 데만 열을 올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 임금피크제 등 생애주기 맞는 전략 세워야
퇴직연금의 수익률을 높이려면 “방치하지 말라”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조언이다. 임금피크제에 들어가 연봉이 줄거나 연봉 상승률이 낮아졌다면 DB형에서 DC형으로 갈아타고 투자자가 직접 수익률을 끌어올리는 것이 낫다. 시뮬레이션 결과에서 임금피크제에 들어간 뒤 DC형으로 갈아탄 C 씨는 DB형의 A 씨보다 퇴직금이 7850만 원이 많았다.
생애주기에 따른 투자 전략도 필요하다. 직접 투자할 자신이 없다면 ‘타깃 데이트 펀드(TDF)’ 등 금융회사가 가입자의 은퇴 예상 시점에 따라 투자 포트폴리오를 알아서 조정해 주는 투자 상품의 도움을 받는 것도 방법이다. 퇴직금을 지키려면 절세 전략도 중요하다. 목돈으로 퇴직금을 받을 경우 IRP에 넣어 관리하는 것도 요령이다. IRP는 연 700만 원까지 최대 16.5%의 세액공제를 해준다.
강유현 yhkang@donga.com·김형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