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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들 노후대책으로 주목받는 ‘농지연금’

입력 | 2020-08-22 03:00:00

농어촌공사에 농지 맡기고 생활비 받아
귀농인도 65세이상-5년이상 농사땐 자격
국민연금-퇴직연금과 중복수령도 가능




전직 교사 이모 씨(70·여)는 10여 년 전 명예퇴직 후 경기 이천시에 농지 3143m²를 사서 귀농했다. 깨나 고추 같은 밭작물만 키우다 보니 수입이 적어 다른 용도로 땅을 이용할 방법을 찾던 중 조카의 소개로 농지연금에 가입하게 됐다. 그가 갖고 있는 농지의 평가액은 약 5억 원. 연금 지급액의 30%를 먼저 받는 일시인출형을 선택했다. 일시금으로 1억3400만 원을 받았고, 지금은 매달 146만 원을 수령하고 있다. 이 씨는 “농지연금 가입으로 생활에 여유가 생겨 손주들에게 용돈도 더 줄 수 있게 됐다”고 했다.

농지연금이 땅 가진 농민들의 노후대책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집주인이 아파트 등을 담보로 주택연금을 받는 것처럼 농지연금은 실제 영농에 이용되는 농지(전, 답, 과수원)를 농어촌공사에 담보로 맡기고 매월 연금처럼 생활자금을 받는 금융상품이다. 영농 경력이 5년 이상인 만 65세 이상 농민이 가입할 수 있다. 귀농인도 이 요건만 갖추면 된다. 국민연금, 퇴직연금 등과 중복 수령도 가능하다.

농어촌공사에 따르면 7월 말까지 농지연금 누적 가입건수는 1만6542건이다. 2011년 도입 이후 7월 말까지 총 6015억 원의 연금이 지급됐다. 지난해 신규 가입자의 가입 연령은 평균 73세이며 월평균 105만2000원을 받고 있다.

지급금은 개별공시지가의 100% 또는 감정평가액의 90%에 해당하는 금액 중 가입자가 정한 금액을 기준으로 월 300만 원 이내에서 결정된다. △생존기간 동안 매월 일정 금액을 받는 종신형 △일정 시기 동안만 받는 기간형 △가입 초기 10년간 더 많은 금액을 받는 전후후박(前厚後薄)형 △전체 연금수령액의 30%를 먼저 받을 수 있는 일시인출형 등이 있다.

지급 기간이 끝나거나 가입자가 사망하면 농지를 공사에 넘기거나 그동안 받은 돈을 갚으면 된다. 또 담보로 잡힌 농지 값이 오르면 중간에 연금을 해지할 수 있다. 그 대신 그간 받은 연금 총액에 이자 연 2%(고정금리 기준)와 위험부담금 0.5%를 가산해 갚아야 한다. 일반 금융회사의 토지담보대출 금리(약 연 3.5%)보다 저렴한 만큼 농지연금을 일종의 저리대출처럼 활용할 수도 있다.

나중에 농지 소유권을 무조건 공사에 넘기기로 약정하는 경영이양형을 선택하면 기간형 대비 월 지급액을 최대 27% 더 받는다. 가입자가 농지를 담보로 연금을 받으면서 해당 농지에서 농사를 계속 지을 수도 있다. 승계형 상품에 가입하면 사망했을 때 배우자에게 연금을 승계할 수도 있다. 농지가격이 6억 원(개별공시지가 기준) 이하인 경우 재산세를 전액 감면해주는 혜택도 있다.

전문가들은 농촌의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반면 농업인의 노후 준비는 잘 안돼 있는 경우가 많아 농지연금을 적극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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