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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모성은 희생이 아니다

입력 | 2020-08-22 03:00:00

◇숭배와 혐오/재클린 로즈 지음·김영아 옮김/308쪽·1만8000원·창비




“우리는 어머니에게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한다. 우리 사회와 우리 자신과 관련해 생각하기조차 힘든 일을 모두 어머니에게 떠넘기면서 과연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

영국 버크벡 런던대 인문학 교수이자 페미니스트인 저자는 책 서두에서부터 우리가 어머니에게 ‘도대체 어떤 짓을 저지르고 있느냐’는 공격적인 질문을 한다. ‘어머니의 모성은 항상 완벽해야 한다’는 통념 자체를 비판한 것이다. 이는 가부장제에서 규정한 ‘희생적 모성’이며, 페미니즘에서 어머니라는 존재가 배제된 결과로 이어졌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60여 년에 걸친 두 여인의 일생을 다룬 엘레나 페란테의 소설 ‘나폴리 4부작’에 등장하는 어머니상을 예로 들어 모성은 완벽하지 않다고 강조한다. 소설에서 어머니는 남자를 만나기 위해 아이들을 이용하거나, 심지어 자녀를 버리기까지 한다. 또 저자는 방대한 대중문화 콘텐츠 등을 비교 분석해 “어머니는 한 번도 세상의 기대치와 일치했던 적이 없다”고 말한다. 모성이 사회적, 정치적 기제에 의해 정의되고 이용돼 왔다는 것이다.

저자는 모성신화의 해체를 통해 ‘모성=자기 자식만을 위한 것’이 아닌 ‘타인을 품는 마음’으로 확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타인을 위해 행동에 나서는 넓은 의미의 모성을 통해 사적 영역과 공적 영역을 통합하는 모성으로 확립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강제 추방 같은 이민 정책을 펼치고 있는 현 미국 행정부에 반대 목소리를 내는 시민단체 ‘맘스라이징’이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