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이 쓰는 법] ‘진짜 멋진 할머니…’ 김원희 작가
저자는 6·25전쟁 즈음 태어나 전집 외판원부터 안 해본 일 없이 살아왔다. 이젠 맏손자가 열 살이 넘은 ‘할매 중의 할매’지만 아직도 심중에는 ‘할머니’보단 ‘아줌마’가 깊게 자리한, 100세가 돼서도 지팡이보단 캐리어를 끌고 싶어 하는 ‘귀여운’ 할머니다.
20일 서면으로 인터뷰한 김 씨는 “나이 70세에 여행하고 작가가 되는 기적이 일어났다”며 “진짜 멋진 할머니가 된 것 같아서 기쁘고 설렌다”고 말했다.
그런 호기심은 책을 쓰는 데 큰 동력이 됐다. 이 책이 벌써 두 번째다. 출판사에 직접 투고했다. 편집자들은 “기존 여행기와는 확실히 다른, 연륜에서 비롯된 차별화된 시각이 신선했다”고 했단다. 그는 도전을 주저하는 동년배에게 “무엇이든 새로운 것에 도전할 때 너무 뜸을 들이면 스스로 지쳐버린다”며 “너무 심각하지 않게, 일단 해보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그가 운영하는 블로그 ‘할매는 항상 부재중’은 책을 쓸 때 요긴했다. 그는 “필사나 메모를 철저히 하는 편은 아니지만 블로그에 그때 생각나는 걸 사실적으로 써두고 집필할 때 참고한다”고 했다.
뒤늦게 세계 곳곳을 여행하면서 세상 사람들이 모두 비슷하게 산다는 걸 알게 됐다. ‘어릴 땐 꿈을 가지고, 청춘일 때는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앞만 보고 살지만 결국 모두가 소멸되는 시간일 뿐’이더란 것. 그래서 “독자들에게 너무 힘겹게, 욕심내며 영혼을 갉아먹지 말고 여유롭고 편하게 살자고 말해주고 싶었다”고 했다.
코로나19로 모두가 힘겨운 시기를 견딜 조언을 부탁했다.
“속상하지만 세계가 함께 겪는 불가항력적 상황에선 그냥 받아들여야죠. 조바심 내고 버둥대면 오히려 더 큰 재난으로 올 수 있을 것 같아요. 책이라도 보며 그 시간을 견디는 건 어떨까요? 독서를 좋아하는 저는 충분히 견딜 만해요. 무엇이든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으니 기다려보는 거죠.”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