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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잤지?”…‘하루 수십통’ 회사로 걸려온 공포의 전화

입력 | 2020-08-22 08:50:00

© News1 DB


‘따르릉 따르릉.’

그날도 어김없이 사무실 전화가 울렸다. A씨(51)는 전화벨이 울리자 한때 자신의 남자친구였던 박모씨(50)의 전화임을 직감했다.

두 사람은 2017년 5월쯤 연인 관계로 발전했다. 정상적으로 교제하고 있던 두 사람의 관계는 2018년 6월부터 서서히 갈라지기 시작했다.

박씨는 특별한 이유 없이 A씨가 직장 상사인 B씨를 포함한 다른 남성들과 교제하고 있다고 의심하기 시작했고, 이 문제로 두 사람은 지속해서 다투게 됐다.

이 과정에서 박씨는 자신의 휴대전화로 A씨가 근무하는 직장에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그는 한두번이 아닌 하루에 2~51회씩 말이다.

박씨는 A씨의 사무실 번호로 전화를 걸어 “왜 전화를 받지 않느냐”, “상사 바꿔라” 등 말을 했고, B씨에게도 전화를 걸어 “A씨랑 잤냐” 등 부적절한 발언을 일삼았다.

박씨가 총 126회에 걸쳐 사무실로 전화를 하면서 A씨의 회사는 전화선을 뽑아 놓을 수밖에 없었다.

A씨가 전화를 안 받는 날에는 “다른 사람이거나 그놈(B씨) 전화였다면 전화는 받았겠지”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등 총 34번에 걸쳐 공포심이나 불안감은 유발하는 문자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박씨의 이 같은 행동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A씨는 2017년 9월과 2018년 8월에도 두 차례 박씨를 협박 혐의로 고소한 적이 있다. A씨가 모두 고소를 취하해 박씨는 ‘공소권 없음’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이번엔 고소를 취하하지 않았다. 박씨가 A씨의 고소로 인해 수사기관의 출석요구를 받은 뒤 A씨에게 연락을 시도했고, 고소 취하를 종용했으나 A씨의 생각은 변하지 않았다. 결국 박씨는 업무방해,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서울북부지법 형사9단독 이미경 판사는 지난 4월9일 박씨의 1심 선고공판에서 “피해자가 느꼈을 정신적 충격과 불안감을 고려하면 피고인을 엄히 처벌할 필요가 있다”며 징역 1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박씨는 지난 14일 열린 2심에서 징역 10개월로 감형받았다. 2심 재판과정에서 박씨는 A씨와 합의를 했고, 마음이 약해진 탓인지 A씨는 박씨의 처벌은 원하지 않는다는 뜻을 전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