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 출신 김경율 회계사, ‘조국 흑서’ 공동 집필 중 ●“조국백서 지지자들은 ‘빠 문화’에 불과” ●“팬덤 정치의 부정적 부분만 확대 재생산“ ●“잘못된 거울로 조그만 문제제기에도 양념칠”
“서점에서 선 채로 사모펀드 부분만 읽었다. 사서 보긴 (돈이) 아깝지 않나.”
참여연대 집행위원장 출신인 김경율(51) 회계사가 20일 이른바 조국 백서라 불리는 ‘검찰개혁과 촛불시민’을 봤냐는 물음에 내놓은 대답이다. 김 회계사는 지난해 10월 조국 사태에 침묵했다는 이유로 참여연대를 떠났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참여연대에서 운영위원회 부위원장과 사법감시센터 소장을 지낸 바 있다. 5일 출간된 조국 백서에는 김 회계사의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김 회계사는 조국 백서에 대해 “자기들끼리 손뼉치고 하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김 회계사는 세간에 ‘반(反)조국 백서(일명 조국 흑서)’라 알려진 책의 공동 집필자로 참여한 상태다. 책은 8월말 출간된다. 김 회계사 외에도 진중권(57) 전 동양대 교수와 서민(53) 단국대 의대 기생충학교실 교수, 권경애 법무법인 해미르 변호사(55), 강양구(43) 과학전문 기자 등이 참여했다. 진보 지식인들은 어떠한 연유로 조국 백서에 고개를 젓고 있는 것일까. 김경율 회계사에게 이에 대해 들었다.
김경율 회계사·경제민주주의21 대표. [뉴스1]
-전반적인 인상이 어땠나.
“지지자들이 느끼기에 조국 전 장관에게 유리한 부분만 뽑아서 썼다. 언론이 사건 초기에 보도한 부분 중 오보로 드러난 것들을 쭉 썼다. 그러면서도 자신들에게 유리한 사실, 자동차 부품회사 ‘익성’이 조 전 장관 가족이 투자한 사모펀드를 운영한 ‘코링크PE’의 실소유주일 수 있다는 보도를 근거로 사용한 것이 기억에 남는다. 재판부는 익성 실소유주설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를 ‘내로남불’이라고까지 지적하고 싶진 않다. 의혹 제기 단계에서 불가피한 측면이 있는데 책에서 이 부분만 집요하게 물고 넘어진 것이 인상 깊었을 뿐이다”
-왜 그런 식으로 책이 쓰였을까.
“전부터 책 필진들이 사모펀드에 관해 기초적인 사실관계조차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조국 사태에 대해서 백서를 내려면 결국 사모펀드 이야기를 해야 할 텐데, 아니나 다를까 싶었다.”
-집필진 중에 회계전문가는….
“없다. 금융사건은 자금의 흐름을 파악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런데 (관련 분야에) 실력 없는 사람들이 모여 꼼지락 꼼지락 하는 것이 웃겼다. 사건을 어떻게 오도할 것인가, 어떻게 본인들 시각에 맞춰 사건을 만들어 낼까만 집중했다. 그저 자금의 흐름만이라도 제대로 정리해줬으면 한다. 그것이 금융사건 이해의 기본이다. 자금 흐름 설명이 본인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한다는 사실도 영향을 미쳤으리라 생각된다.”
지금까지 재판에서 조 전 장관에게 유리한 정황이 일부 나오기도 했다. 6월3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소병석 부장판사)는 자본시장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5촌 조카 조씨에게 징역 4년에 벌금 5000만원을 선고했다. 무자본 인수합병으로 회사를 장악한 후 주가조작으로 차익을 탈루한 사실 등이 인정됐기 때문이다. 반면 정 교수의 공모 건에 대해서는 증거인멸 교사 혐의만 유죄로 인정했다. 의혹이 제기되자 직원들에게 관련 자료 삭제를 지시했다는 이유에서다.
-자금의 흐름이 이상하다지만, 1심 재판부는 조국 전 장관 측의 손을 들어줬다는 평가가 나오는데.
“(다른 사람들은) 내가 틀렸다고도 하는데, 아니다. 재판에서도 자금의 흐름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었다. 이러한 흐름이 공모로 이어지느냐에 대한 해석이 갈렸다. 조국이라는 배경을 제외하고도 5촌 조카인 조범동을 둘러싼 이와 같은 자금의 흐름이 가능했겠느냐는 부분이 생각해볼 지점이다.”
“자기들끼리 푸닥거리”
조국백서추진위원회가 5일 출간한 검찰개혁과 촛불시민이 12일 오후 서울 시내 한 대형서점에 진열됐다. [뉴스1]
“사건의 실상을 알리는 데는 부족하지만, 지지자들끼리 보고 좋아하기에는 좋은 책이다. 자기들이 쓰고 자기들이 좋아하고 자기들이 정신승리 하는 거다. 자기들끼리 푸닥거리 하는 것인데 거기다 뭐라고 하겠나.”
-진보진영 인사로서 싱숭생숭하진 않나.
“옛날에나 그랬다. 조국 정국 초반만 하더라도 사실에 근거해 판단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하지만 사태가 지속되고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정의기억연대 논란이 추가로 터지는 것을 보면서 ‘이 사람들이 지금껏 권력과 이권을 매개로 해서 운동을 해왔구나’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제는 아쉽지도 않다. 그 사람들과 같이 분류되는 것도 기분 나쁘다.”
-조국 백서에 열광하는 지지자들의 경우 꼭 이권을 쫓는다고 볼 수는 없는데.
“대단한 사회과학적 연원이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 단순한 ‘빠 문화’다. 과거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때는 그래도 가치지향적인 측면이 있었다. 하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지키지 못했다는 생각에 휩싸이면서 팬덤 정치의 안 좋은 부분만 확대 재생산됐다. 조국 사태 및 백서 발간 역시 이러한 맥락과 연결돼있다.
-이번 정권은 지켜준다는 심리인가.
”과거 노무현 정권의 실패를 잘못된 거울로 비춰서 정권에 조그마한 문제 제기라도 이뤄지면 이른 바 ‘양념칠’을 해버린다. 윤석열 검찰총장과 최재형 감사원장에 대한 일련의 논란도 이와 맞닿아 있다. (조국 사태의 경우) 정작 청와대 민정실에서 제대로 견제·감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해 검찰이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는데도 말이다.
-곧 조국 사태를 정면으로 다룬 책을 출간하는데.
“(책을 쓰는데)후회는 없다. 대담 형식으로 자금의 흐름을 쭉 설명하는데, 잘 전달됐으면 좋겠다.”
최진렬 기자 display@donga.com
[이 기사는 주간동아 125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