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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2차 재난지원금’ 급물살…1차 효과 미미 ‘재정 낭비’ 우려

입력 | 2020-08-23 17:36:00


정치권을 중심으로 2차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자는 요구가 커진 가운데 1차 지원금의 소비 진작 효과가 크지 않아 재정만 낭비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3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5월 전 국민을 대상으로 가구당 최대 100만 원씩 1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데 14조3000억 원(지방비 2조1000억 원 포함)이 들었다. 이 영향으로 2분기(4~6월) 전국 2인 가구 이상의 월평균 가계소득은 1년 전보다 4.8% 늘었다. 근로소득, 사업소득, 재산소득 등 가계가 직접 벌어들인 소득은 모두 줄었지만 재난지원금을 포함한 공적이전소득이 127.9% 급증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재정 부담을 무릅쓰고 14조 원 이상의 지원금을 지급한 것은 소비로 이어져 내수 진작 효과를 꾀하겠다는 목표였다. 하지만 늘어난 소득이 실제 소비로 이어지지 않아 효과가 반감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2분기 가계의 평균소비성향은 67.7%로 지난해 동기보다 2.5%포인트 떨어졌다. 소득이 100만 원이면 작년에는 70만 원 썼는데 올해는 68만 원만 썼다는 뜻이다. 금액으로 따져 봐도 가계의 전체 이전소득은 1년 전보다 44만 원(80.7%) 늘었는데 소비지출은 7만7000원(2.7%) 증가하는 데 그쳤다.

특히 저소득층일수록 소비를 더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 하위 20%의 평균소비성향은 9.3%포인트 감소한 반면 상위 20%는 1.3%포인트 하락에 그쳤다. 정부 지원으로 일시적으로 소득이 증가해도 근로소득, 사업소득처럼 직접 버는 돈이 줄어들자 서민들이 지갑을 닫고 저축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전 국민을 대상으로 가구원 수에 맞춰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다보니 오히려 고소득층에게 더 많은 돈이 돌아갔다. 1인 가구는 40만 원, 2인 가구는 60만 원, 3인 가구는 80만 원, 4인 이상 가구는 100만 원을 받았는데 소득 하위 20%의 가구원은 평균 2.34명으로 상위 20%(평균 3.52명)보다 적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막대한 재원에 비해 효과가 불분명한 2차 재난지원금보다 더 효과적인 정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필요한 재원 규모에 비해 재난지원금의 효과는 제한적”이라며 “지원금을 추가로 주기보다는 코로나19가 잠잠해졌을 때를 대비해 재정을 아껴야 한다”고 했다. 박완규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저소득층을 선별적으로 지원할 목적이라면 차라리 현재 진행하고 있는 고용유지지원금 등 각종 맞춤형 지원을 활용하는 게 더 낫다”고 조언했다.

세종=주애진 기자 jaj@donga.com
세종=남건우 기자 w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