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부동산 가격 폭등은 문재의 정부의 실책 때문이 아니라 주부 청년들까지 투기 세력에 동조하는 등 사회 전체에 투기 심리가 전염병처럼 퍼졌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추 장관이 지난달 18일 ‘금부분리(금융과 부동산 분리)’ 정책을 제안하며 현 정부 부동산 정책을 옹호한데 이어 또 다시 부동산 관련 의견을 공개적으로 표명한 것이다. 야당은 “추 장관이 선량한 시민을 적으로 돌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 법무부 장관의 6번째 ‘부동산 훈수’
추 장관은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부동산 투기전염병 백신’ 개발이 아직 안되고 있다. 이에 대한 처방이 정부의 투기과열지구 지정이나 신규공급 확대 등 단기 대책만으로는 약발이 먹히지 않는다는 것이다. 메뚜기식 작전 세력의 먹잇감이 되어왔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추 장관은 전날에도 페이스북에 “그들(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세력)의 주장은 (현 정부가) 부동산 정책 실패를 덮기 위해 바이러스 위기를 조장한다는 것”이라며 “부동산이 급등하는 것은 투기세력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부동산 정책 주무부처 장관도 아닌 추 장관이 개인 SNS에 부동산 관련 발언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추 장관은 지난달 18일 “서울 집값 상승의 근본 원인은 금융과 부동산이 한 몸인 것에 있다”고 주장해 “왜 부동산 정책까지 훈수를 두느냐” “서울시장 출마를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이어 21일까지 나흘 연속 집값 상승이 현 정권의 정책 실패가 아니라는 취지의 글을 게시했다. 야당에서 “집안일부터 챙기라”며 비판하자 추 장관은 “투전판처럼 돌아가는 부동산 경제를 보고 법무부 장관이 침묵한다면 도리어 직무유기 아니냐”고 맞섰다.
● 야당 “내 집 마련의 꿈이 ‘투기’냐” 비판
미래통합당은 23일 추 장관이 부동산 가격 급등의 원인에 주부와 젊은 투기 세력이 있다고 언급한 데 대해 “관념좌파의 비뚤어진 인식”이라고 비판했다. 통합당 황규환 부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그간 조용하더니 코로나19 혼란 속에서도 국민의 고통은 외면한 채 또 다시 부동산 문제에 훈수를 두며 궤변을 시작했다”며 “그런 논리라면 집값 내려가도 문재인 정부의 치적이 아닌 투기세력이 절제한 탓인가”라고 지적했다. 서울 송파병 당협위원장인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22일 페이스북에 “젊은 맞벌이 부부가 애써서 아파트를 구하려는게 투기냐. 자식 교육을 위해 집을 옮기려는 주부가 투기세력이냐”고 비판했다. 이어 “열심히 내 집 마련의 꿈을 키워가는 사람을 투기세력으로 몰지 말라”며 “부동산 정책 실패는 투기세력 때문이 아니다. 내 집 마련의 실수요자들까지 투기세력으로 범죄시하는 인식 때문”이라고 했다.
통합당 관계자는 “추 장관이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본인의 업무도 아닌 일에서 자주 구설을 일으키고 있다”며 “오히려 문재인 정부의 정책 실패에 대한 부담만 가중시키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