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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美中 경쟁 속 중국의 접근… 시진핑 방한 조바심 낼 필요 없다

입력 | 2020-08-24 00:00:00


한중 양국은 “코로나19 상황이 안정돼 여건이 갖춰지는 대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을 조기에 성사시키기로 했다”고 청와대가 22일 발표했다. 서훈 국가안보실장과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이 부산에서 만나 합의한 것인데 정부가 강조해온 ‘연내 방한’은 포함되지 않았다. 중국 정부나 언론은 시 주석 방한과 관련한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다.

정부는 올해 초부터 시 주석 ‘연내 방한’에 공을 들여왔다. 하지만 이번 합의는 올 5월 13일 한중 정상 통화 수준을 뛰어넘지 못했다. ‘적절한 시기에 성사’ 표현이 ‘조기에 성사’로만 바뀌었을 뿐이다. 이런 중국의 미적지근한 태도가 계속된다면 시 주석 연내 방한이 무산돼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

애초부터 이번 부산 회담은 뚜렷한 합의를 만들기 어렵다는 한계를 안고 있었다. 서로 기대하는 방향이나 목표 자체가 달랐기 때문이다. 우리에겐 남북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중국의 협조가 필요하지만 지나친 중국과의 밀착은 한미관계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중국은 미국의 대중 포위전략의 힘을 빼기 위해 한국의 협력을 필요로 하지만 정작 한국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경제보복 카드는 버리기 싫어 어정쩡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양제츠의 방한은 중국식 실리 챙기기 작업일 뿐이다. 시 주석 방한을 명시적으로 합의할 생각이 없는데도 굳이 찾아온 것은 홍콩 국가보안법 논란 등으로 코너에 몰린 상황에서 하나라도 더 우군을 만들고 싶었기 때문일 것이다. 미 대선 열기가 뜨거워질수록 미중 갈등도 고조될 가능성이 크다. 조급하게 나서지 말고 미중 간에 불거질 현안에 대해 냉철한 대응전략을 세워놓아야 한다. 오히려 시 주석 방한에 우리가 거리를 두는 대범한 접근이 미중 외교 갈등에 말려드는 것을 피하게 해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