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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체제 2년… 현대차, 공격 투자로 위기돌파 기반 다져

입력 | 2020-08-24 03:00:00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지난해 10월 15일 경기 화성시 현대자동차 남양연구소에서 열린 미래차산업 국가비전 선포식에서 미래차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동아일보DB

“미래 친환경차 사업은 현대자동차그룹의 생존과 연관돼 있고, 국가를 위해서도 매우 중요합니다.”

다음 달 14일 현대자동차그룹을 총괄한 지 만 2년이 되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지난달 대통령이 주재한 ‘한국판 뉴딜 국민보고대회’에서 미래 비전에 관한 계획 발표를 마무리하며 한 말이다. 현대차 내부에서는 이 말을 상당히 무겁게 받아들였다고 한다. 그룹 총수가 ‘현대차가 생존의 기로에 서 있음’을 공개적으로 밝혔기 때문이다. 지난 2년간 정 수석부회장의 행보는 “생존에 방점을 두고 현대차를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전례 없는 위기를 극복해야 하는 과제까지 맡게 됐다.

정 수석부회장은 2018년 9월 수석부회장 취임 직후 “조직 간 벽을 깨야 미래가 열린다”고 강조하며 수평적 조직 문화 확산에 힘을 쏟아 왔다. 직원 복장 자율화와 임직원 직급 통합, 공채 폐지, 인재 수시 채용 등이 대표적이다. 실제로 23일 현대차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현대차 임원 중에 40대와 여성이 대폭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년 전인 2018년 상반기(1∼6월)에 2명에 불과하던 여성 임원은 올해 6월 기준 13명으로 늘었다. 2년 전 20명이던 40대 임원은 60명으로 늘었다. 2년 전 현대차 내에 4명이던 부회장도 지금은 윤여철 부회장 1명뿐이다. ‘정의선 직보체계’를 강화해 빠른 의사결정을 하기 위한 조치다.

현대차 관계자는 “조직이 젊어졌다. 미래차 시대에 맞는 인재의 수시 등용과 필요하면 나이를 불문하고 책임자 자리에 올리는 것이 자연스러워졌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공격적인 기업 및 업종 간 협력에 나선 것 역시 가장 큰 변화라는 평가다. 2018년부터 현재까지 자율주행과 인공지능, 차량공유, 모빌리티, 수소 및 전기차 등의 분야에서 40여 곳이 넘는 기업들과 협업 및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필요하면 경쟁자들과도 손을 잡았다. 현대차는 지난해 9월 약 2조3000억 원을 투자해 자율주행 소프트웨어(SW)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보유한 미국 자동차 부품 및 SW 기업 ‘앱티브’와 합작회사를 세우기로 했다. 외국 기업과 함께 조 단위 투자에 나선 건 창사 53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올해 초엔 글로벌 차량공유서비스 업체 우버와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사업 추진을 위해 손을 잡았다. 최근엔 정 부회장이 삼성과 LG, SK 총수들을 차례로 만나 미래 전기차 배터리 협력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코로나19는 정 부회장의 리더십을 시험대에 올린 위기로 꼽힌다. 해외공장 셧다운과 생산, 판매, 수출이 모두 급감했다. 3월 중순 현대차 주가가 반 토막이 나자 정 수석부회장은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자사주 매입 카드를 꺼내들었다. 기업 가치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결단이었다. 이후 현대차 주가는 실적 개선과 미래차에 대한 기대 등이 더해지면서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넘어섰다. 결과적으로 정 수석부회장은 직원들과 주주들에게 신뢰를 얻었고, 21일 종가기준 738억 원에 가까운 차익도 얻었다.

일각에서는 정 수석부회장이 현대차그룹의 미래에 대한 밑그림을 그렸지만 이제는 실질적인 성과를 더 보여줘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완성차 업체 임원은 “정의선 체제의 미래 비전을 다양하게 보여줬지만, 자칫 선택과 집중을 하지 못할 수 있다”며 “실적이나 시장점유율로 성과를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