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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국민 50% “사퇴해야”… 아베, 빛바랜 최장수 기록

입력 | 2020-08-24 03:00:00

24일로 2799일 연속 총리 재임 신기록… 지지율 하락-건강 이상설 등 겹쳐
“내년 9월 임기 못마칠 것” 전망… 경제 부진에 개헌도 마무리 안돼
與 내부선 ‘포스트 아베’ 논의 활발… ‘정적’ 이시바, 차기 총리 설문 1위




아베 신조(安倍晋三·사진) 일본 총리가 24일로 연속 재임일수 기준으로도 역대 최장수 총리가 됐다. 하지만 지지율 하락, 건강 이상설 등 악재가 겹치고 있는 상황에서 그가 내년 9월 임기를 마치지 못할 것이란 관측이 확산되고 있다. 국민의 약 절반이 그의 조기 사임을 바란다는 여론조사 결과까지 나왔다.

23일 마이니치신문은 전날 성인 남녀 104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화 조사에서 응답자의 26%가 “총리의 즉각 사임”을, 23%는 “연내 사임을 바란다”고 답했다고 보도했다. “차기 총리를 누가 해야 하느냐”는 질문에는 아베 총리의 정적(政敵)으로 평가받는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자민당 간사장이 1위를 차지했다.

아베 내각의 지지율은 34%로 나타났다. 아베 정권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에 “평가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63%로 “평가한다”는 응답(20%)의 세 배 이상일 정도로 부정적 평가가 압도적이었다.

2006년 9월∼2007년 9월, 2012년 12월부터 현재까지 재직 중인 아베 총리는 지난해 11월 합산 재임일수로 이미 최장수 총리에 올랐다. 24일로 재집권 후 연속 재임일수만으로도 외종조부 사토 에이사쿠(佐藤榮作) 전 총리의 기록(2798일)을 넘어섰다. 대기록을 세웠지만 언론의 평가는 박하다. 유산(레거시)으로 내세울 만한 치적이 없고 뚜렷한 경제 회복도 이끌어내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재임일수 2위인 사토 전 총리는 미국으로부터 오키나와를 돌려받았고, 3위 요시다 시게루(吉田茂) 전 총리는 미국과 샌프란시스코강화조약을 체결하며 전후 부흥의 기틀을 다졌다. 하지만 아베 총리는 본인 스스로 평생의 과업이라 주장했던 전쟁 가능한 국가로의 헌법 개정, 러시아와의 쿠릴열도 영토 분쟁, 납북자 문제 해결 등에서 아무 성과를 내지 못했다.

아베 총리는 ‘아베노믹스’를 통한 경제 부흥을 업적으로 내세웠지만 코로나19 등의 여파로 경제 사정마저 여의치 않다. 올해 2분기(4∼6월) 일본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전 분기 대비 7.8% 감소해 관련 통계를 작성한 1955년 이후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총리가 강점으로 내세웠던 외교는 최근 봉쇄됐고, 코로나19 사태로 지지율도 떨어져 답답한 와중에 연속 재임일수 기록이 나왔다”고 평가 절하했다. 마이니치는 권력이 총리에게 장기간 몰리면서 관료 사회가 총리 관저 눈치만 보는 ‘손타쿠(忖度) 정치’가 횡행한다고 비판했다.

내각과 집권 자민당 내부에서는 ‘포스트 아베’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20일 당 2인자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간사장과 정부 2인자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도쿄의 한 음식점에서 만찬을 했다. 한 외교 소식통은 “지난해만 해도 드물었던 니카이와 스가의 만남이 올해는 6, 7월에 이어 벌써 3번째”라며 “차기 총리 결정을 위한 사전 교섭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19일 1, 2야당인 입헌민주당과 국민민주당은 합당을 통해 자민당의 중의원 해산 및 조기 총선에 대비하기로 했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