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은 워싱턴특파원
이번 전당대회의 핵심 관전 포인트 중 하나는 민주당이 온라인이라는 포맷을 어떻게 활용해 그 효과를 극대화하느냐는 것이었다. 50개 주의 학생들이 50개의 분할 화면에서 만들어낸 미국 국가의 하모니, 농부와 간호사 등 다양한 직종의 유권자들이 동시에 참여한 화상 인터뷰, 펄럭이는 성조기를 배경으로 ‘국기에 대한 맹세’를 읊조리는 수십 명의 목소리가 녹아 들어가게 한 편집 영상에서는 온라인의 특징을 살리려고 애쓴 흔적이 엿보였다. 각 주의 특성을 앞세운 ‘롤 콜’(roll call·주별로 확보한 대의원 수를 발표하는 호명 절차)은 가장 호평받은 순서 중 하나. 각 주의 대표들이 선거 결과를 외치는 장면에서 지역 특산물인 칼라마리(오징어 요리) 접시나 화려한 원색의 원주민 전통 복장, 사람 키보다 큰 선인장을 보게 될 줄 누가 예상했던가.
비슷한 방식의 영상이 반복되며 후반부의 집중도와 긴장감을 떨어뜨린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생중계 연설의 경우 스튜디오로 연결되는 과정에서 방송 사고처럼 화면이 정지되는 순간들이 발생했고,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의 연설은 첫 발언이 사회자의 소개와 엉켜버렸다.
이제는 공화당 차례다. 트럼프 대통령은 TV 리얼리티 쇼를 진행했던 경험을 앞세워 이번 온라인 전당대회 준비에 깊이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 많은 생중계와 청중들의 열광적 반응을 넣어 민주당보다 더 다이내믹하게 만들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전당대회의 승부는 형식이 가르는 게 아니다. 방향성이 분명하고 진정성 있는 메시지는 그 자체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다. 상대방에 대한 비방과 폄하, 낙인찍기와 막말이 없어도 유권자들을 끌어들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얼마나 성공적으로 해낼지는 공화당 전당대회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이정은 워싱턴특파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