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은기 서울대 교수·음악학
처음에는 그저 말장난이라고 생각했는데 곱씹어볼수록 의미가 새롭다. 음악세계에서 완벽한 대척점이었던 두 사람을 이보다 잘 표현할 수 있을까. 노벨문학상 수상자였던 앙드레 지드니까 가능했던 촌철살인이다.
그에 비해 쇼팽은 지질해 보이는 남자다. 놀라운 실력을 갖추었음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소심해서 대규모 청중 앞에서는 연주조차 못 했고, 아무리 화가 나도 욕은커녕 큰 소리조차 내지 못했다. 겨울마다 걸린 감기 치레는 중병처럼 심하게 앓았고, 자기가 쓴 곡조차 원하는 만큼 세게 칠 힘이 없었다. 작곡도 대규모 오페라나 오케스트라를 위한 음악이 아니라 피아노곡에만 집중했고 그나마 대부분 소품이다.
그러나 피아노 소품들만으로 쇼팽은 많은 사람의 존경과 사랑을 받는 위대한 작곡가가 되었다. 강렬한 소리는 감정을 고양시키는 데 적격이지만 그래서 위험하기도 하다. 선동과 조작의 수단으로 이용되는 일이 많으니 말이다. 화려하고 큰 소리가 강력해 보이지만 정작 사람을 위로하고 힘을 주는 것은 조용하고 섬세한 소리이다.
작은 소리가 큰 소리보다 강한 힘을 발휘하는 것은 비단 음악만이 아니다. 사랑하는 연인의 속삭임만큼 가슴을 뛰게 하는 것이 또 있을까. 잠자는 아이의 쌔근대는 소리가 주는 평안함은 또 어떤가. 크다고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다. 때로는 작은 것이 더 큰 울림을 주기도 하니까.
민은기 서울대 교수·음악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