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에서 찾는 새로운 미래]〈3〉코로나로 다시 뜨는 귀농귀촌
올해 5월 전남 나주로 귀농한 오지빈 씨가 블루베리 농장에서 수확한 열매를 들고 활짝 웃고 있다. 오 씨처럼 코로나19를 계기로 평소 꿈꾸던 귀농을 실천하거나 귀농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나주=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오 씨는 “이왕 놀게 된 거 이참에 진짜 귀농을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3월 전남 나주시의 7273m² 규모 블루베리 농장을 사들인 오 씨는 두 달 뒤 남편과 이곳에 정착했다. 막연한 꿈으로 여겼던 귀농을 코로나19 때문에 실천한 것이다. ‘초보 농사꾼’인 그는 전 농장 주인의 도움을 받아 내년 첫 수확을 준비하고 있다.
○ 코로나19가 앞당긴 귀농
최근 나주에서 만난 오 씨는 농촌 생활이 기대 이상으로 만족스럽다고 했다. 그는 “지난달 전 주인이 키운 블루베리를 따는 것을 도우면서 수확하는 기쁨이 어떤 건지 알았다”며 “내년에 내가 키운 블루베리를 수확할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설렌다”며 웃었다.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귀농과 귀촌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인구 밀집도가 높아 집단감염 우려가 큰 도시보다 농촌을 안전한 주거지로 인식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오 씨처럼 코로나19 탓에 휴직을 하거나 일자리를 잃게 되면서 귀농과 귀촌을 실행에 옮기는 사례도 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실제로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고용 위축 등의 영향으로 귀농 인구가 크게 늘어난 적이 있다. 외환위기 여파로 1997년 1841가구였던 귀농 인구는 이듬해 6409가구로 급증했다. 금융위기 때인 2009년에도 전년(2218가구)의 약 2배인 4080가구가 귀농했다.
○ 귀농·귀촌 체험 교육도 인기
장 씨는 지난달 3박 4일짜리 농촌 탐색 교육에 참여해 귀농 계획을 구체화하고 있다. 귀농 교육을 받아보니 직접 농사를 짓는 것 외에 농업과 연관된 다양한 창업도 가능할 것 같았다. 장 씨는 “차근차근 준비해서 3년 안에 귀농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 재택근무 확산한 일본은 귀촌 열풍
코로나 사태로 농촌이 주목받는 건 한국만의 현상이 아니다. 일본에서는 코로나19로 재택근무가 확대된 것과 맞물려 귀농, 귀촌 열풍이 불고 있다. 마이니치신문은 ‘코로나 귀촌’의 대표적 사례로 도쿄의 정보기술(IT) 대기업 인사부에서 근무하는 나가오 슈이치(長尾周一) 씨를 소개했다. 올 3월 코로나19로 회사가 텔레워크(원격근무)를 시행한 뒤 그는 도쿄 시부야의 맨션에 거의 갇혀 지냈다. 5월 일본 정부가 긴급사태를 해제한 뒤에도 회사는 텔레워크를 장려했다.
결국 나가오 씨는 6월 가나가와현 오다하라시로 옮겨왔다. 일본 전역의 임대주택을 골라 살 수 있는 서비스를 이용해 이 지역 오래된 민가에 새로운 둥지를 틀었다. 대문을 열고 나서면 곧바로 바다를 볼 수 있는 곳이다.
일본 지방자치단체들도 각종 지원을 앞세워 도시 이주민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6월 열린 전국 규모의 온라인 행사 ‘모두의 이주 페스티벌’에는 74개 지자체가 참여했다. 홋카이도 후카가와시는 330m² 규모 시유지를 980엔(약 1만1000원)에 제공한다. 사실상 땅을 무료로 줄 테니 와서 집을 짓고 살라는 뜻이다. 윤석원 중앙대 명예교수(농업경제학 전공)는 “한국도 일본처럼 코로나19발(發) 재택근무가 더 확산되면 은퇴한 고령층 외에 젊은층도 지방 중소도시나 농촌으로 귀촌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나주=주애진 jaj@donga.com / 도쿄=박형준 특파원 / 남건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