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웅 미국 어바인 캘리포니아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
올 하반기 한국에서 지낼 준비를 하면서 기상청의 역대급 더위에 관한 장기 예보를 들었다. 이에 단단히 마음을 먹고 지난 두어 달 서울에서 지낸 시간을 돌아보니 하늘에서 해를 본 날은 기억이 가물가물할 정도다. 본격적인 한여름 더위는 8월 후반에야 시작되었다. 그나마 큰 범주의 대기과학 분야에서 일하는 나조차도 날씨 예보가 틀렸을 때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데 다른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짜증이 났을지 충분히 짐작이 된다.
하지만 이렇게 자연의 변화에 대한 우리의 예측이 틀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고 마지막도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이렇게 자연 환경의 예측을 어렵게 만드는 것일까? 우리가 고등학교 때 배운 지구과학이라는 학문은 전통적으로 고체 지구를 연구하는 지질학, 액체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바다를 연구하는 해양학, 그리고 기체로 이루어진 대기를 연구하는 기상학 혹은 대기과학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각자의 연구를 하는 학문의 조합이었다.
이러한 이유로 내가 일하고 있는 미국 어바인 캘리포니아대에서는 1990년대 초 지구과학 관련 학과를 개설하면서 처음으로 ‘지구시스템과학과’라는 이름을 붙이고 여러 학문 분야를 아울러서 환경 문제를 연구하는 연구실들을 개설하기 시작하였다. 30년이 지난 지금 지구시스템과학은 그렇게 낯설지 않은 학문 분야가 되었다.
아이로니컬하게도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자연의 원리를 이해하기 위해 정립된 지구시스템과학 분야에서 최근 가장 불확실한 부분은 바로 인간인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1700년대 중후반 시작된 산업혁명 때부터 인간은 생명권의 일부분을 넘어 지구 시스템에 영향을 미치는 독립적인 존재가 되었다. 자연현상을 연구하는 지구과학자에게 미래 환경 변화와 관련해 인간의 행동을 이해하고 예측한다는 것은 매우 당혹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수식과 논리로 설명이 안 되는 인간의 행동 양식과 이에 따른 에너지 사용 방식의 변화 및 자원 활용 패턴의 변화는 미래의 기후 변화, 미세먼지나 오존 문제 등과 같은 대기질 문제와도 직결돼 있는 중요한 변수이다.
불행하게도 산업혁명 이후 우리 인류의 집단적인 의사 결정은 지구 시스템의 균형에 악영향을 미치는 방향으로 지속되었다. 이러한 일련의 결정들이 국지적인 환경 문제를 넘어 전 세계적인 그리고 불가역적인 환경 변화를 일으키는 것이 관찰되고 있다. 종국적으로 이러한 변화는 과연 지구가 인간을 포함한 현재의 생물권을 품을 수 있는 ‘살 만한 행성’으로서의 환경을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로 번지고 있다.
올여름의 평균에서 벗어난 장마의 패턴도 인간이 야기한 지구 온난화의 영향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러한 이상 징후들이 우리를 둘러싼 환경 곳곳에서 나타날 때 우리는 이를 경고로 받아들이고 지구 시스템에서 인간의 자리로 돌아가 우리를 둘러싼 다른 구성원과 잘 어울릴 수 있도록 인간의 영향력을 점검해야 할 것이다.
김세웅 미국 어바인 캘리포니아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 skim.aq.2019@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