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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K ‘시원시원 팍팍’ 6이닝 꿈에 그리던 빅리그 첫 승

입력 | 2020-08-24 03:00:00

김광현, 신시내티전 무실점 쾌투… 사사구 없이 83구로 타선 잠재워
선발 합류 2경기 만에 감격시대, 류현진도 5이닝 6K 1실점 호투
ERA 3.19로 ‘8월 광풍’ 이어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우승 당시 한국 대표팀의 원투 펀치였던 류현진, 김광현이 ‘야구의 날’인 23일 나란히 메이저리그 선발로 등판했다. 세인트루이스 김광현은 이날 신시내티와의 안방경기에서 6이닝 동안 무실점 호투하며 꿈에 그리던 빅리그 첫 승을 따냈다. 세인트루이스=AP 뉴시스

류현진

23일은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제정한 ‘야구의 날’이다. 12년 전인 2008년 8월 23일 베이징 올림픽 결승에서 쿠바를 꺾고 9전 전승으로 한국 야구가 첫 올림픽 금메달을 따낸 것을 기념하는 날이다. 당시 대표팀의 원투펀치는 류현진(33)과 김광현(32)이었다. 프로 3년 차였던 류현진은 결승, 2년 차 김광현은 일본과의 준결승에 각각 선발 등판해 승리투수가 됐다. 그 후 열두 번째 야구의 날, 두 선수는 최고의 무대 메이저리그(MLB)에서 나란히 선발로 마운드에 올랐다.

세인트루이스 김광현은 이날 꿈에 그리던 빅 리그 첫 승을 따냈다. 23일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 부시스타디움에서 열린 신시내티와의 안방 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동안 3피안타 3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팀의 3-0 승리를 이끌었다. 빅리그 세 번째 경기이자, 선발로는 두 번째 경기 만에 처음 맛본 승리였다. 박찬호 이후 한국 투수로는 통산 11번째 승리 기록이다.

첫 승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지난 연말 전 소속팀 SK의 허락을 얻어 가까스로 세인트루이스 유니폼을 입었다. 올 초 스프링캠프에서 호투를 이어가며 산뜻하게 출발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개막이 연기되면서 적지 않게 마음고생을 했다. 가족과 떨어져 미국에 홀로 남아 개인훈련을 해야 했다. 리그 개막 후에는 팀 사정으로 개막전엔 마무리 투수로 출발했다. 이후 또다시 선발로 보직이 바뀌었다. 선발 등판을 앞두고는 팀 내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등판이 여러 차례 밀리기도 했다.

18일 시카고 컵스와의 선발 데뷔전에서는 투구 수 조절을 위해 조기 강판했지만 이날은 그간의 아쉬움을 떨쳐내듯 압도적인 투구를 선보였다. 사사구 없이 공 83개로 6이닝을 책임졌다. 상대 타자들에게 한 차례도 3루를 내주지 않았다. 골드글러브 9회 수상에 빛나는 베테랑 포수 야디에르 몰리나(38)와 첫 실전 호흡을 맞춘 김광현은 21타자 중 7명에게 초구 느린 커브를 던지며 상대의 허를 찔렀다. 18개의 아웃카운트 중 6개를 땅볼, 3개를 내야 라인드라이브로 처리하며 효과적으로 경기를 운영했다.

통계전문 사이트 ‘브룩스베이스볼’에 따르면 김광현은 이날 포심패스트볼 38개, 슬라이더 26개, 커브 11개, 체인지업 8개를 각각 던졌다. 패스트볼 최고 구속은 93마일(시속 약 150km)을 기록했다. 김광현의 시즌 평균자책점은 3.86에서 1.69로 낮아졌다.

경기 뒤 김광현은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꿈을 이뤘다. 오늘 밤은 평생 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소감을 말했다. “한국이 국제통화기금(IMF) 사태로 힘들었을 때 박찬호 선배, 골프의 박세리 선수가 국민들에게 힘을 줬던 걸 기억한다. 나도 잘해서 한국에 있는 국민들에게 힘이 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마이크 실트 세인트루이스 감독은 “그는 언제 어디서든 팀을 위해 싸울 사자와 같은 심장을 가지고 있다”고 찬사를 보냈다. 유격수 토미 에드먼도 “모든 것이 정상이 아닌 기이한 첫 시즌을 보내고 있지만 그는 여전히 공을 잘 던지고 있다. 그에게 경의를 표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토론토 에이스 류현진도 같은 날 플로리다주 세인트피터즈버그 트로피카나필드에서 열린 탬파베이와의 경기에서 5이닝 3피안타 6탈삼진 1실점으로 잘 던졌다. 하지만 1-1 동점 상황에서 마운드를 내려오면서 승패를 기록하진 못했다. 평균자책점은 3.46에서 3.19로 낮아졌다. 류현진은 8월 들어 등판한 4경기에서 2승 무패, 평균자책점 1.23을 기록 중이다. 토론토는 트위터를 통해 “류현진의 괴물 같은 한 달이 계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토론토는 10회 연장 승부치기 끝에 1-2로 패하며 6연승 행진을 마감했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