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전국 확산 비상]전문가들 ‘의료마비’ 가능성 경고
23일 0시 기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400명 가까이 나오는 등 최근 10일 연속 세 자릿수를 기록하자 감염병 전문가들 사이에서 사회적 거리 두기를 최고 수준인 3단계로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거리 두기 3단계 조치는 최근 2주간 일일 평균 확진자 수가 100명 이상이고, 일일 확진자가 전날에 비해 2배로 증가하는 이른바 ‘더블링’이 일주일에 2차례 이상 나올 경우 내릴 수 있다. 최근 2주간(10∼23일) 일일 평균 확진자 수는 200명으로 요건에 해당한다. 하지만 방역당국은 거리 두기 3단계가 되면 국민의 일상생활과 경제활동에 큰 제한이 가해지는 등 불편을 초래하기 때문에 일단은 2단계 조치의 효과 여부를 지켜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3단계는 한 번도 시행된 적이 없다.
3단계 상향 조치를 위한 요건 중 하나인 ‘더블링’이 나올 때까지 기다릴 여유가 없을 만큼 지금의 감염병 확산 상황이 엄중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김탁 순천향대 감염내과 교수는 “더블링이 됐네 안 됐네 그런 걸 따질 때가 아니다. 지금 더블링이 한 번이라도 나오면 신규 확진자가 800명 가까이 되는 건데 그럴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건 말이 안 된다”며 3단계로의 상향 조치를 머뭇거릴 이유가 없다고 했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상당히 위험한 상황으로 치닫기 전에 선제적으로 강력하게 대응해 빨리 확진자 수를 줄인 다음에 거리 두기를 서서히 풀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3단계 조치의 적기는 이미 놓친 상황이라며 지금이라도 당장 거리 두기 단계를 최고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수도권은 지금 (3단계 조치를) 내려도 빠르다고 볼 수 없다”며 “올 초 대구경북처럼 확진자가 900명, 1000명 나오는 상황이 되면 인구가 훨씬 많은 수도권은 정말 위험하다.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지난주 상황을 생각하면 이미 더블링이 발생한 것이나 다름없는 수준”이라며 “만시지탄이지만 지금이라도 3단계로 올려야 의료 체계가 감당할 수 있다”고 했다.
방역당국이 거리 두기 단계를 적용하면서 권고 수준에 그치거나 일부 예외를 두는 등의 완화된 조치를 취하는 것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3단계를 고려하는 게 맞지만 2단계를 적용하더라도 제대로 철저히 해야 한다”며 “정부는 수도권 2단계 확대 적용 발표를 18일 오후 5시에 하면서 왜 19일 0시부터 시행했는지 설명해야 한다”고 했다. 방역 기준을 강화하면서 19일 0시까지는 주점 영업이 이뤄지게 뒀다는 것이다.
확진자가 23일까지 9일 연속 세 자릿수를 기록한 수도권에 2단계 조치가 내려진 지 며칠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일단은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전병율 차의학전문대학원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는 “3단계로 강화하면 전국의 모든 시설이나 활동은 계속 그 상황에 머물 수밖에 없다”며 “2단계로의 상향 조정이 이뤄진 지 며칠 되지 않아 효과도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시점이 아니어서 2단계 상황을 일단 유지하면서 방역수칙을 지키는 게 경제적 충격을 최소화하는 방법”이라고 했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23일 브리핑에서 “2단계 거리 두기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3단계는 거의 봉쇄에 가까운 조치여서 많은 국민들이 고통을 감내해야 해 장기간 지속되는 조치일 수 없다”며 “단기간에 최대한의 효과를 보기 위한 방안들을 마련하면서 3단계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전주영 aimhigh@donga.com·강동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