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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소미아, 유지는 하는데…韓 “언제든 종료” 日 “운용 필요”

입력 | 2020-08-24 11:46:00

韓, 작년 8월 종료 통보 후 11월 '조건부 유예' 발표
정부 "한일 간 양해에 따라 언제든지 종료 가능해"
지소미아 종료 절차 이견에 "한일 모두 양해" 일축
日관방장관 "안보 환경 고려해 안정적 운영 중요"
정부, 日과 대화 의지…전범기업 자산 현금화 관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이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언제든지 지소미아를 종료할 수 있다”는 입장을 유지하면서 ‘종료 통보’의 ‘효력 정지’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일본 정부는 역내 평화와 안정을 위해 지소미아 운영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재차 확인했다.

한일 모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비상이 걸린 데다 미국이 한·미·일 안보 문제에서 지소미아를 중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당장 지소미아 등을 놓고 대립각을 세우기보다는 상황 관리에 무게를 둘 것으로 보인다.

24일 외교부에 따르면 지난해 8월 정부가 지소미아 종료를 일본에 통보했고, 11월 조건부로 종료를 유예했기 때문에 올해는 별도로 지소미아 종료를 통보하지 않아도 된다. 일본 언론에서는 한국 정부가 8월24일 지소미아 종료를 통보하지 않을 경우 1년 연장되는 것으로 본다는 해석을 내놓았지만 더 이상 ‘자동 연장’ 개념이 아니라는 점도 재차 확인했다.

외교부는 “정부는 지난해 11월22일 언제든지 지소미아의 효력을 종료시킬 수 있다는 전제 하에 지소미아 종료 통보의 효력을 정지했다”며 “한일 간 양해에 따라 언제든지 종료 통보의 효력을 되살려 지소미아를 종료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외교부는 “양측은 지난해 11월 한국 측이 언제든 종료 통보의 효력을 재가동할 권리를 보유한다는 전제 하에 지소미아 종료 통보의 효력을 정지하기로 양해한 바 있다”며 “이러한 양해 사항에 대해서는 한일 양측 모두 확인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해 지소미아 종료 통보 정지에 관한 구상서를 교환한 것을 거론하며 “법적 구속력이 약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조약법에 관한 빈 조약 제54조를 제시하면서 한국 정부가 지소미아를 종료하려면 협정에 규정된 종료 절차에 따라 이달 24일까지 종료 통보를 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도했지만 한국 정부가 이를 반박한 것이다.

일본은 이날 지소미아의 종료 절차에 대한 별다른 언급 없이 지소미아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지소미아에 대해 “한일 간 안전보장 분야 협력과 연계를 강화해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기여한다”며 “안보 환경을 고려하면 계속 안정적으로 운용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지소미아는 국가 간에 군사 기밀을 공유하기 위해 맺는 협정이다. 한일 양국은 지난 2016년 11월23일 지소미아를 처음 체결했으며, 1년 마다 자동 연장된다. 다만 협정을 종료하려면 90일 전(8월24일)까지 통보해야 한다.

일본이 2018년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보복 조치로 지난해 7월 수출 규제 조치를 단행하자 우리 정부가 맞대응 카드로 지소미아 종료를 꺼내들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22일 지소미아 종료를 하루 앞두고, 한일 간 수출 규제와 관련한 논의를 시작키로 합의하면서 ‘조건부 유예’를 발표했다.

이후 일본이 수출규제 사유로 제시한 요건을 모두 충족했지만 여전히 수출규제 조치를 철회하지 않은 데다 대화 의지를 보이지 않으면서 우리 정부는 올해 6월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절차를 재개한 상태다.
‘지소미아 종료’ 카드가 살아있지만 현재로선 당장 정부가 꺼내들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한일 양국 모두 코로나19 사태로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한일 갈등으로 인한 악영향까지 더해질 경우 경제 상황이 더 악화될 수 있는 만큼 갈등을 관리할 필요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소미아 문제가 한·미·일 안보 이슈로 주목받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는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지소미아가 한·미·일 삼각 군사 공조의 핵심으로 보고 있다.

최근 미 국무부는 “한국과 일본이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군사 정보를 공유하는 역량은 한국과 일본의 안보 이익뿐 아니라 미국의 안보 이익에도 매우 중요하며, 더 넓은 지역의 안정에도 중요하다”며 한일 갈등과 별개로 다룰 것을 촉구했다.

일단 정부는 일본을 향해 수출 규제 조치를 원상 복귀 시킬 것을 요구하는 것과 동시에 수출 규제와 지소미아 갈등의 근본 원인인 강제징용 문제 해결을 위해 대화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8.15 경축사를 통해 “정부는 사법부의 판결을 존중하며, 피해자들이 동의할 수 있는 원만한 해결 방안을 일본 정부와 협의해왔고, 지금도 협의의 문을 활짝 열어두고 있다”며 “우리 정부는 언제든 일본 정부와 마주 앉을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이재웅 외교부 부대변인은 지난 20일 “수출규제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는 것은 사실상 일본 정부가 수출 규제와 강제징용 문제를 연계하고 있기 때문인데 양 사안은 별개로 다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강제 징용 문제와 관련해 외교 채널을 통한 문제 해결 노력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며 “일본 정부도 적극적이고 성의 있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편 일본이 일제 강점기 전범기업에 대한 한국 법원의 주식 압류와 매각이 현실화될 경우 강도 높은 보복 조치를 예고하고 있어 지소미아 문제가 또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일본제철(옛 신일철주금)이 최근 대구지법 포항지원의 주식 압류명령에 즉시 항고하면서 연내로 예상됐던 현금화 조치는 다소 미뤄진 상태다.

양기호 성공회대 교수는 뉴시스와 통화에서 “이대로 가면 현금화가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한일 모두 서로를 자극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있어 당분간 충돌은 없을 것으로 본다”며 “일본제철이 항고한 것은 사법 절차에 따라 움직이는 것으로 시간이 걸릴 수는 있지만 한일 관계를 제 3자 입장에서 냉정하게 바라보는 상황을 만드는데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양 교수는 “한일 양국 모두 코로나19로 상황이 악화되서는 안 된다는 것이 공통된 현실”이라며 “문 대통령이 지난해 한일 정상회담에서 대화로 풀어나가자고 했고, 올해 하반기 또다시 한·중·일 정상회담, 한·일 정상회담을 시야에 두고 한일 모두 갈등을 관리하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는 “일본 내에서 아베 총리의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어서 상당히 변수가 많고 복잡한 상황인 만큼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좀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이 중재자로서 지소미아 문제는 물론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수출 규제 등을 포괄적으로 중재할지도 지켜봐야 한다”고 짚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