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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막 뿌리는 코로나 소독제, ‘가습기살균제 그 성분’ 들었다

입력 | 2020-08-24 13:59:00

사람 기관지 상피 세포에서 발견된 라멜라 구조. (경희대 동서의학연구소 제공) 2020.8.24/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사용이 급증하고 있는 살균·소독제의 호흡기 노출이 폐 질환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24일 경희대학교 동서의학연구소 박은정 교수는 염화디데실디메틸암모늄(DDAC)에 지속적으로 노출될 경우, 체내 축적과 폐 질환 유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이를 위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DDAC는 세균이나 바이러스와 같은 미생물 확산 차단을 위해 사용하는 물질로, 미국 환경청에 등록된 4급 암모늄 계열 살균·소독제다. 목재나 건축용품, 물탱크와 같은 산업용 물품과 가습기, 세탁기 같은 주거용 제품의 방부제, 소독제, 항생제로 많이 사용된다.

DDAC는 2006년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주요 성분 중 하나이기도 하다. 박 교수는 2016년부터 이 사건과 관련된 물질을 연구해왔으며 이번 연구에서는 인간기관지 상피 세포(BEAS-2B)와 실험용 쥐를 사용해 폐 질환 유도 가능성과 그 독성 기전을 연구했다.

연구 결과, DDAC는 4μg/mL 농도에서 세포 생존율을 급격히 감소시켰고 세포 내 소기관 손상과 함께 세포 자살과 세포막 손상을 유도했다.

구체적으로 기관지를 통해 500μg의 DDAC를 1회 직접 투여한 쥐는 투여 후 14일까지 정상적으로 생존했으나 2회 투여한 쥐에서는 만성 섬유성 폐 병변이 현저히 관찰됐고 결국 사망했다.

아울러 DDAC에 노출된 세포와 쥐에서는 라멜라 구조체가 형성됐고 이온을 함유하는 용액 내에서 그 구조가 뚜렷이 변화됐다. 라멜라 구조는 지질 이중층으로 만들어진 막이 겹겹이 쌓인 구조를 말하며 이 구조는 소량의 물을 포함하면 가장 안정된 구조를 나타낸다.

박 교수는 “결국 라멜라 구조체의 형성은 DDAC의 체내 축적 가능성을 높이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이는 DDAC가 호흡기를 통해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폐 질환을 유도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에 따른 ‘슬기로운 살균·소독제 사용법’으로는 Δ살균·소독제는 공기 중에 뿌리지 말아야 하고 Δ밀폐된 공간에서 사용하는 것을 자제하며 환기되는 상태에서 사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염소계열의 소독제는 증발하는 과정에서 인체에 유해한 산 가스를 발생시키기 때문에 반드시 사용 후 환기해야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박 교수는 Δ자주 물로 손과 입, 코 주변을 닦고 물로 닦을 수 없을땐 손 소독제를 사용해야 하지만 사용 후 절대 입이나 코, 눈 등을 만지지 말아야 하며 Δ살균·소독제를 혼합해 사용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그는 “만약 두 가지 이상의 살균·소독제를 사용할 경우, 혼합하지 말고 번갈아 가며 사용해야 한다”며 “마지막으로 제품 설명서에 기록된 사용법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용량을 더 넣는다고 효과가 증가하는 것은 아니다”고 부연했다.

박 교수는 “이번 연구는 두뇌전보다 심리전을 하는 것 같았다”며 코로나19 상황에서 민감한 연구 주제를 다루면서 고심이 컸다는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지난 14일 SCI급 저널(Toxicology and Applied Pharmacology)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박 교수는 주방·세탁세제 및 식품과 화장품의 유화제, 보습제로 활용되고 제초제, 살충제, 살균제, 세정제, 삼푸, 샤워 젤, 헤어 컨디셔너, 치약 등에 사용되는 계면활성제 연구 또한 진행 중이다.

박 교수는 “살균·소독제를 과다 사용하거나 잘못 사용하는 상황에 장기간 노출되면 결과적으로 외부 이물질에 대한 인간의 방어능력이 손상된다”며 “이는 바이러스와 벌이는 전쟁에서 발생하는 악순환의 첫 단계가 될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