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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최장수 보좌관’ 콘웨이, 사의 표명…가족은 SNS 중단, 무슨 일?

입력 | 2020-08-24 18:01:00

켈리앤 콘웨이 부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최장수 보좌관 중 한명이었던 켈리엔 콘웨이 백악관 선임고문이 23일(현지 간) 사의를 표시했다. 트럼프 시대 들어 인사이동이 잦아진 백악관에서 찾기 어려워진 ‘원년 멤버’의 퇴장이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23일(현지 시간) 미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는 콘웨이 고문이 가정 문제 등을 이유로 이달 말 백악관을 떠날 예정이라는 성명을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콘웨이 고문은 성명에서 “트럼프 행정부에서 보낸 시간은 분에 넘치면서도 자랑스러운 시간이었다”며 “하지만 남편과 우리의 네 아이들을 위해 무엇이 최선인지 생각해본 끝에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 부부는 많은 점에서 불일치하지만 우리에게 무엇이 가장 중요한 지에 대해선 합치돼있다. 4명의 우리 10대 아이들이다. 아이들이 최소 몇 달 동안 집에서 원격 수업을 들어야 하는데, 전국 수백만 부모들이 알다시피 부모의 각별한 관심과 주의가 필요한 시기”라고 설명했다. 또 “당분간 엄마 역할에 집중하기로 했으며 이는 완전히 독립적인 내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맹공한 남편뒀던 콘웨이

콘웨이 고문이 사임 성명에서 “우리 부부는 많은 점에서 불일치하다”고 언급한데는 이유가 있다. 지난해 자신의 상사인 트럼프 대통령과 남편 조지 콘웨이의 갈등이 극으로 치달았기 때문이다.

워싱턴에서 보수 성향의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는 남편 조지는 콘웨이 고문이 처음 백악관에 입성할 때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자였으나 2018년 즈음부터 대표적인 반(反) 트럼프 인사로 돌아섰다. 지난해 3월 조지는 자신의 트위터에 “모든 미국인이 트럼프 대통령의 정신 건강을 심각하게 생각해봐야 한다”며 미국정신과협회가 펴낸 ‘장애진단편람’ 일부를 캡쳐해 올렸다.

그동안 조지의 공격을 무시하던 트럼프 대통령도 이에 다음날 “조지 콘웨이는 아내의 성공을 매우 시기하고 있으며 그가 간절하게 바라던 자리(법무부 장관)를 그에게 주지 않은 데 화가 나있다. 나는 그를 잘 모르고 그저 한 번 봤을 뿐이다. 그는 패배자이자 최악의 남편”이라고 되받아쳤다.

상사와 남편의 공개 설전에 콘웨이 고문은 “트럼프 대통령은 나를 존중하기 위해 (그동안 남편의 공격을) 그냥 뒀다. 그러나 비의료인이 나에게 ‘정신병이 있다’고 하면 누구나 대응하지 않겠느냐”며 “어제 남편은 대통령에 대한 트윗으로 하루를 보냈지만 나는 1시간짜리 언론 브리핑 두 건을 소화했으며 그게 내가 하는 일”이라고 했다. 이에 외신들은 “트럼프 행정부에서 일하는 콘웨이의 커리어가 가정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같은 논란을 의식해서인지 23일 콘웨이 고문의 남편 역시 함께 반(反) 트럼프 활동에 ‘사직서’를 냈다. 조지는 트위터에 “자녀에게 시간을 쏟기로 했다. 자문을 맡고 있던 ‘링컨 프로젝트’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링컨 프로젝트는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막고자 노력하는 보수성향 인사들의 단체다. 또 트럼프 행정부를 비판하는 데 쓰던 트위터 계정도 운영을 중단한다고 말했다.

●콘웨이 부부 비난했던, 맏딸도 SNS 중단

남편과 트럼프 대통령과의 갈등 속에 고민했던 콘웨이 고문에게 또 하나의 복병은 바로 맏딸 클라우디아(16)였다.

콘웨이 고문이 사임 의사를 표하기 전날인 22일에도 딸 클라우디아는 어머니를 정치적으로 비판하는 트윗을 연달아 올렸다. 그는 “나의 엄마가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연설한다는 게 비교할 수 없이 참담하다. 엄마의 일이 내 인생을 망쳤다. 엄마가 자신의 자녀가 몇 년 동안 고통 받는 것을 지켜보면서도 계속 이 길을 가는 것이 가슴 아프다. 엄마는 정말 이기적이다”고 비판했다. 클라우디아는 지난달 부모의 트위터 계정을 태그하고선 “당신들은 내가 목소리를 내니 화를 내고 있다. 유감스럽게도 엄마, 아빠의 결혼은 실패했다”고 적기도 했다.

그러나 엄마와 아빠가 동시에 ‘SNS 정치글 퇴진’을 선언한 23일 클라우디아도 SNS 활동 중단을 선언했다. 클라우디아는 “SNS를 너무 많이 해서 한동안 정신적 휴식을 취하기로 결심했다. 우리 부모님을 너무 미워하진 말아달라”고 적었다. 클라우디아의 트위터 팔로우는 38만 명이 넘는다.

WP는 지난주까지도 콘웨이 고문이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캠프에서 활동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했으나, 이 역시 가족들에게 부담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콘웨이 고문은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대책본부장으로 발탁되면서 트럼프 최측근으로 주목을 받기 시작했으며, 이후 많은 참모진이 떠나는 가운데도 거의 임기 마지막까지 트럼프 대통령을 보좌해왔다.

김예윤기자 yea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