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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1억씩 환불…‘코로나19’ 재확산에 우는 항공사들

입력 | 2020-08-24 18:06:00


국내 한 저비용항공사(LCC)는 지난 주말(21~23일) 사흘 동안 3억 원 가량의 항공권 환불 신청을 받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재확산 되기 시작하면서 국내 여행을 취소하는 승객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환불 금액은 하루 평균 1억 원으로 코로나 이후 하루 평균 매출이 8억~10억 정도인 점에 비춰 보면 10% 이상 매출이 날아간 셈이다.

또 다른 LCC는 코로나19가 재확산 되기 시작하자 국내선 예약율이 20~30% 뚝 떨어졌다. 한 LCC 관계자는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여행계획을 수정하거나 포기하는 사람이 늘면서 예약 변경 및 환물 문의가 폭증하고 있다”며 “성수기가 끝나가는 걸 감안해도 예약율 감소가 너무 가팔라 두렵다”고 했다.

코로나19 재확산이 가뜩이나 어려운 항공업계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 24일 한국항공협회 실시간 항공 통계 등에 따르면 코로나19가 재확산되기 직전 주말이었던 14~16일의 국내선 이용객 수는 22만5882명이었다. 그러나 일주일 만인 21~23일의 국내선 이용객 수는 18만818명으로 20% 가까이 줄었다. 주요 노선인 김포~제주는 일주일 사이 이용객이 2만6000여 명 줄었다. 코로나 재확산 이전과 이후 운항편에 큰 차이가 없음을 감안하면 항공기 1대당 탑승객이 대폭 줄어든 셈이다.

항공사들은 코로나19 이후 국제선이 사실상 중단 되면서 직원의 60% 이상이 유·무급 휴직에 들어갔다. 매출은 80% 가까이 줄었고 LCC들은 모두 상반기(1~6월)에 영업이익 적자를 냈다. 대형 항공사들은 항공화물 수요 증가로 2분기(4~6월)에 깜짝 흑자를 기록했지만, 항공운임의 증가와 인건비, 유류비 등 고정비를 쥐어짜 만든 일시적인 흑자였다.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인 국내 항공사들에게 여름휴가 성수기로 국내 여객수가 반짝 늘어난 것은 가뭄 속 단비와 같았다. 항공사들은 평소라면 수익이 나지 않아 취항을 하지도 않던 지방공항 발 국내선까지 띄우면서 1명이라도 더 태우려고 안간힘을 쏟았다. 24일 기준으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각각 6개와 7개 국내 노선을 운영하고 있다. LCC 중에는 제주항공과 티웨이항공이 8개, 진에어가 13개 국내선을 운영중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더 이상 국내 여객 증가라는 약효를 기대할 수 없게 됐다. 오히려 유일한 탈출구인 국내 노선수를 경쟁적으로 늘려 항공운임이 코로나19 이전보다 떨어지는 역작용까지 나타나고 있다. 한 저비용항공사 임원은 “국내선을 대폭 늘렸던 것이 탑승객이 줄어들 경우 독이 될 것 같아 걱정”이라며 “노선이 늘면서 승무원들을 일부 복직 시켰는데 확산이 계속 되면 다시 유급 휴직으로 돌아가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코로나19가 소강상태에 보이면서 중국과 베트남 등 동남아 일부 국가와 논의해온 국제선 운항 재개 논의도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판이다. 중국 정부가 자국 하늘길을 열면서 중국행 국제노선이 수개월 만에 재개되기도 했지만 항공업계는 코로나19 재확산으로 해외 출장 및 사업, 유학생 수요가 또다시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 항공사들과 노선 재개를 논의 중이던 괌은 한국인 입국시 자가격리를 일시 해제하기도 했지만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다시 입국 절차를 까다롭게 변경했다. 베트남과의 노선 재개 논의도 당분간 전면 중단될 전망이다. 한 항공사 임원은 “더 이상의 지하는 없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끝 모를 지하가 남아있는 느낌”이라며 “상황이 더 악화되면 항공사들의 재무 상태가 최악에 빠져 자본 잠식 상태로까지 빠져들 수도 있다”고 말했다.

변종국기자 bjk@donga.com
서형석기자 skytree08@donga.com